[자동차칼럼]전기차로 한라산에서 남산까지 6시간의 질주

[자동차칼럼]전기차로 한라산에서 남산까지 6시간의 질주

지난 3월 제너럴모터스(GM) 전기자동차 '볼트(BOLT)'가 단 한 번의 충전으로 서울 강남에서 제주도 최남단 서귀포까지 주행에 성공한 뉴스를 접하고 놀라는 한편 신기했다. 무려 470㎞ 거리를 추가 충전 없이 3명이 타고 완주한 것이다. 이는 일반상식으로 알고 있던 전기차 충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씻어 주는 충분한 계기가 됐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전기차 선도 지역이다. 시장 보급 정책으로나 실제 전기차 이용자는 물론 충전 인프라도 전국 그 어느 도시보다 잘 갖춰져 있다.

지난해 제주본부로 부임하면서 제주도민 자격으로 정부 보조금과 도비 지원을 받아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구입했다. 가격도 일반 내연기관 차량 수준이어서 부담이 없었고, 전용 충전기도 무상으로 설치할 수 있었다. 이후 출퇴근 때마다 전기차를 이용했다. 소음, 진동, 매연이 없어 날마다 쾌적한 환경을 실감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차량 유지비가 내연기관 차량의 10% 정도밖에 들지 않아 기분도 좋았다.

수개월 전기차를 타던 경험을 바탕으로 장거리 주행도 도전하게 됐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지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기차로 이동했다. 충전기로 완전 충전(214㎞ 주행 가능)한 다음 제주항으로 이동, 배를 타고 2시간 만에 완도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곧이어 전남 장흥까지 70㎞를 달렸고, 이튿날 다시 장흥군청에서 급속충전기를 이용해 15분가량 충전하고 나니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가 다시 204㎞로 나왔다. 스마트폰을 이용, 사전에 충전 장소를 파악했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충전소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지불한 충전 요금도 고작 1600원에 불과했다.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이전 근무지인 전북 임실로 향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들어설 때 도로공사 직원이 “차가 멋있다”며 차종을 물어 보기에 전기차라 했더니 신기한 듯 바라보면서 “차 소리가 안 나네요? 장흥에 사세요?” 하고 말을 건네 왔고, “제주에서 왔수다예, 바로 서울까지 갑니다”라고 대답했더니 “그렇게 멀리까지 갈 수 있느냐?”며 깜짝 놀라해 하는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임실까지 170㎞를 달려 톨게이트를 빠져 나왔을 때 남은 주행 거리가 25㎞로 계기판에 표시됐다. 살짝 불안한 마음에 전용 내비게이션 안내를 받아서 가까운 충전소를 찾았다. 임실군에 있는 한국전력공사 지사였다. 이곳에서 동료들과 점심 식사를 하는 동안 완전 충전을 할 수 있었다. 결국 충전을 위해 별도의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됐다.

다시 차에 올라 충남 천안에 가까이 왔을 때 남은 주행 가능 거리가 70㎞로 표시됐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잠시 쉴 겸 충전하려고 했을 때 다른 사용자가 충전기를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 할 수 없이 톨게이트를 빠져 나와서 충전기가 있는 한전 천안지사로 향했다. 오랜만에 동료들을 만나 안부 인사도 나누며 차 한 잔 하는 30분 동안 급속충전기를 이용했더니 또다시 완전 충전이 돼 있었다. 이어 서울에 도착하니 주행 가능 거리가 90㎞나 남았다. 이튿날 서울에 있는 아내와 함께 전기차로 시내를 돌아다니며 그동안의 전기차 이용담과 장점을 설명하는 내 자신의 모습은 어느새 '전기차 전도사'가 돼 있었다.

제주에서 전기차를 타고 출발할 때에는 '불편 없이 서울까지 갈 수 있을까?' '가다가 방전이 되면 어떻게 하지?' 등 많은 고민도 했지만 무사히 도착해 보니 전기차의 실용 가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좋은 점은 무엇보다 가솔린·디젤 엔진 자동차와 비교해서 연료비가 10%밖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연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지만 소음과 진동이 없어 쾌적함은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기분이다. 또 가속 반응이 일반 차보다 뛰어나 고속도로에서 원하는 속도를 쉽게 맞출 수 있었다. 아쉬움도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충전기가 부족, 충전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전기차를 이용할 것에 대비, 이 같은 불편함이 속히 해소되길 기대해 본다. 또 전기차의 수많은 장점을 많은 사람이 정확히 알게 되길 희망한다.

김영환 한국전력공사 제주본부 기획관리실장 yeonghwan.kim@kepc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