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전기차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BMW 'i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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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스포츠카도 아닌 것이, 전기차도 아닌 것이 그저 운전이 재밌었던 BMW 'i8'.

i8을 타고 서울 강남에서 경기도 파주 임진각까지 왕복 약 140km거리를 달렸다. 고가의 '수퍼카'라는 진가를 맛보기 위해 일부러 평소 때보다 교통량이 적은 야간 시간을 택해 시승했다.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입구에 주차중인 BMW 'i8'.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입구에 주차중인 BMW 'i8'.>

i8은 BMW의 주행·안전·친환경 기술을 총망라한 집합체다.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지만 친환경차는 얌전하고 운전이 심심하다는 인식을 깬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스포츠카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2015년이 아닌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인식이 나아진 지금 이 시점에 출시됐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시승을 위해 첫 마주한 i8는 공기저항 최소화를 의식한 날렵함과 심할 정도로 낮은 차체, 그리고 그릴부터 후면까지 팽팽하면서도 매끄러운 라인은 2년이 지난 지금도 멋지게 보였다. 마치 나비 날개처럼 위로 뻗는 걸윙 도어는 감탄이 나왔다. 일반 자동차 보다 높은 문턱 탓에 내리고 타는 일은 불편하고 낯설었지만, 이마저도 새롭고 흥미로웠다. 운전석에 앉자, 심하게 낮은 차체 역시 어색했지만 마치 차와 하나 되는 느낌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실내 인테리어는 고급차다웠다. 블루 핑크 라인 조명이나 시트, 하다못해 계기판 디자인까지 신선했다. 시선을 전방으로 했을 때 전면 유리창 각도가 심하게 기울어져 부담스러웠지만, 시야는 괜찮았다.

BMW 'i8'.
<BMW 'i8'.>

시동 버튼을 누르자, 전자음이 시동이 켜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니 소리 없이 차가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저속에서의 스티어링 휠은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맛은 또 다른 재미였다. 순수전기차 'i3'와 같은 순간 가속도에다, 스포츠카의 강력한 힘과 스피드를 느낄 수 있었다. 간간히 마주치는 과속단속 카메라가 얄미울 정도였다. 조용하던 저속주행 때와 달리 날카로운 엔진음도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i8 엔진음은 전통 스포츠카에 비하면 '어린아이' 수준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그저 신기했다. 혹시 일부러 낸 가상음은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였다.

주행 중에 스포츠 모드로 변경해봤다. 계기판 화면이 주황색으로 변하면서 조금은 무서운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고, 엔진은 뒤에, 전기모터는 차 앞에서 각자의 동력을 지원하고 있음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i8은 1.5ℓ 3기통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의 힘을 전륜과 후륜에 각각 전달한다고 한다. 1.5ℓ엔진이 우습게 보일 수 있지만 엔진성능만 최고 출력 231마력, 최대 토크 32.6㎏·m에 달한다. 이 엔진이 6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후륜에 동력을 전달한다.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131마력(96kW), 최대토크 25.5kg·m 힘을 전륜에 공급하는데 모터에도 독립적인 자동변속기가 있다. 이 둘을 합한 출력은 362마력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까지 4.4초라고 하는데 결국 도로의 교통량 증가로 시도는 하지 못해 아쉬웠다.

코너링도 흥미로웠다. i3는 코너링에서 밀리는 느낌이 있었지만, i8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직선 도로를 달릴 때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뛰어난 안전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안전 편의장치도 자랑할 만했다. HUD(Head Up Display), 주차거리 제어, 크루즈컨트롤 등 최신 편의장치를 장착했다. 여기에다 신소재인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으로 차체를 제작해 경량화와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켰고, 드라이브 모듈 역시 대부분 알루미늄을 적용했다.

시승을 마친 후 뒷좌석에 앉아 지인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시내 주행을 해봤다. 좁고 불편했고, 고속에서는 허리통증도 느껴질 정도였다. i8은 4인승으로 출시됐지만, 뒷좌석에 다른 사람을 태운다는 건 절대 권하고 싶지 않다.

BMW i8은 광범위한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의 채용해 안전성과 경량화를 동시에 구현했다. 마치 콘센트카처럼 공기역학을 강조한 파격적인 디자인과 BMW e드라이브 기술 등 자동차 산업에 '혁신'으로 주목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2억원에 가까운 비싼 차 가격에다, 스포츠카인지 전기차인지 정체성이 모호했다. 이제는 BMW에서 i8 경험을 바탕으로 순수전기차 기반의 스포츠카를 만들어주길 기대해본다.

BMW 'i8'.
<BMW 'i8'.>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