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모기 네 이놈"

여름, 모기의 계절이 찾아왔다. 모기는 번식을 위해 피를 빨아야 한다. 사람과 대결은 숙명이다. 성가신 날개 소리에 밤잠이 달아나고, 질병 공포가 퍼진다. 그런데 자연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모기가 필요하다. 얄궂은 공생이다.

모기는 파리목 모기과 모기속의 곤충으로, 우리나라에 50여종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에서 태어나 유충(장구벌레),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된다. 유충인 장구벌레는 물웅덩이 속 알에서 태어나 네 번 허물을 벗고 번데기가 된다. 번데기에서 성충이 된 모기는 바로 짝짓기를 시작한다.

짝짓기 후 정자를 받은 암놈이 우리가 흔히 두려워 하는 '흡혈 모기'가 된다. 모기는 평소에는 암·수 모두 식물의 진액을 먹고 산다. 하지만 알을 성숙시켜야 하는 암놈은 동물의 피를 필요로 한다. 모기 알의 생성·성숙 과정에서 단백질과 철분이 필수다.

모기는 보지 않고도 피를 빨 대상을 찾아낼 수 있다. 눈이 거의 소용없을 정도로 시력은 약하지만 더듬이가 예민하다. 사람의 체온, 습도, 이산화탄소, 젖산 따위를 잘 느낀다. 이산화탄소는 대략 10m, 젖산은 20m에서도 알아차린다. 대사 활동이 활발한 사람이나 어린 아이가 모기에 더 잘 물리는 이유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모기 침에 찔릴 때는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피를 빨릴 만큼 빨리고 난 뒤에야 모기 물린 것을 알아차리는 때가 많다. 모기는 피를 빨기 전 살을 '녹이기' 때문이다. 침을 꽂기 전 피부에 타액을 발라 지방 성분을 분해한다. 피부가 충분히 부드러워진 뒤에야 침을 꽂아 모세혈관 속 피를 빨아들인다.

모기에 물리면 피부가 가렵고 부어오른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침을 꽂아 피를 빠는 과정에서 질병을 옮긴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뇌염이다.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나타나는 급성 중추신경계 질환이다. 감염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초기 고열, 두통, 무기력, 흥분 등이 일어나고 나중에는 의식 장애, 경련, 혼수 증상을 겪다 사망에 이르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에도 28명이 감염돼 3명이 사망했다.

일본뇌염은 '작은빨간집모기'가 옮긴다. 작은빨간집모기가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류나 포유류 피를 빠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 매개체가 된다. 이 모기가 다시 사람을 물면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한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4월 4일 제주에서 처음 작은빨간집모기가 발견됐다. 내륙에서는 19일 대구에서 채집된 개체 중 작은빨간집모기 존재가 확인됐다. 당국은 일본뇌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아직 경보로 격상된 단계는 아니다.

작은빨간집모기 출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10년 전인 2007년에는 4월 20일에야 처음 발견됐다. 첫 발견 시기 기준으로 보름 이상 활동이 빨라진 것이다. 내륙에서도 2013년에는 7월 8일, 2014년에는 8월 18일 작은빨간집모기가 첫 발견됐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온과 지구온난화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모기 출현 시기는 빨라지고 있지만 올 여름엔 모기가 유난히 적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실제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올해 모기 개체 수는 평년보다 45%나 줄었다. 전국 10개 유문에서 지난 10일까지 350여 마리 모기가 채집됐다.

극심한 가뭄 때문에 모기마저 자취를 감춘 것이다.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는 물 웅덩이에 서식한다. 그런데 본격 산란기인 지난 달 강수량이 평년의 30%에 머물면서 물 웅덩이가 말라버렸다. 살 곳이 사라진 것이다.

안심하긴 이르다. 뒤늦게 모기가 극성을 부릴 수 있다. 7~8월 다시 강수량이 늘어나면 물 웅덩이가 생기고 모기 번식이 활발해질 수 있다. 방역당국도 장마 시작과 함께 모기 개체 수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흰줄숲모기
흰줄숲모기

나라 밖 모기도 주의해야 한다. 휴가 철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동남아 지역에서 모기로 인한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흰줄숲모기, 이집트숲모기가 지카바이러스 매개체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 달 초 태국을 다녀온 30대 여성이 21번째 내국인 지카바이러스 환자로 확인됐다.

지카바이러스는 감염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발열, 근육통, 두통 등을 겪다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소두증 신생아 출산 확률을 높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가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