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산업육성 '어떻게'가 없다

국정기획위 활동 종료 앞두고 구체 정책청사진 제시 못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1일 서울 영등포구 꿈이룸학교에서 '4차 산업혁명, 새로운 성장의 활주로' 토론회에서 기조발표를 하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1일 서울 영등포구 꿈이룸학교에서 '4차 산업혁명, 새로운 성장의 활주로' 토론회에서 기조발표를 하는 모습.

새 정부의 '산업 정책'이 실종됐다.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에 제조업 경쟁력 강화, 신산업 발굴 등 굵직한 과제를 내놓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뚜렷한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 구조 조정, 자동차업계 판매 부진 등 제조업 위기에 대한 정책 부재 상태에다 관련 부처 인사까지 지연되면서 산업 정책이 국정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27일 관가와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를 선정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출범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이렇다 할 산업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다음 달 초에 활동을 접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기획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제시한 203개 공약을 100여개 국정 과제로 압축하는 작업을 한다. '탈핵 탈원전' '이동통신 요금 인하' 등 산업 규제 정책은 내놨지만 산업 육성이나 진흥 정책을 내놓지 못한 채 7월 초 종료를 앞뒀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강조한 '4차 산업혁명 적극 대응' 방안도 8월에 위원회 형태로 출범할 것이라는 것 이외에 내놓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4차 산업혁명 성장 동력화를 지속 강조했다.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반 스마트카 지원을 비롯해 △이차전지, 충전인프라 등 친환경·스마트카 산업 생태계 조성 △태양광·풍력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등이다. △스마트그리드, 노후 원전 해체 대용 산업 등 에너지 인프라 확대 △드론 산업 육성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산업 육성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정기획위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 시기를 8월로 잡았다. 새 정부의 산업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조직인 점을 감안하면 출범이 늦다는 지적이다. 일자리위원회가 정부 출범 초기에 자리 잡고 곧바로 100일 플랜을 가동한 것과 대조된다.

국정기획위는 세부 이행 방안은 물론 산업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침체에 빠진 주력 산업의 활력을 높일 구조 조정과 고도화 정책도 나오지 않았다. 중소기업벤처를 담당할 부처의 윤곽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정부는 대선 이전부터 중소 제조업의 스마트공장 전환 지원을 확대하고, 산업발전법 및 산업융합촉진법 등 관련법과 지식재산권(IP) 재정비를 통한 산업 활성화를 계획했다. 조선·해운 등 기존의 주력 산업도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킨 고효율 구조로 전환, 재건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촌각을 다투는 과제지만 핵심 국정 과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통신·에너지 산업이 국정위에서 주로 논의됐지만 통신요금 인하, 탈원전·탈석탄 등 산업 육성책과는 거리가 멀다.

관가와 산업계는 산업 정책 관련 인사도 난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기획위에 산업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청와대 경제수석, 일자리수석은 물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선까지 늦어지면서 산업 정책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국정 우선순위에서 '산업'이 후순위로 밀리면서 일자리 정책도 반쪽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에서 산업의 역할이 막중한데도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연계되지 않고 있다”면서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가 짧은 시간에 민생 현안 관련 성과는 냈지만 산업을 어떻게 일으킬지는 뚜렷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