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고리 5, 6호기 공사 일시중단…3개월간 공론화 착수

APR 1400 모델이 적용된 신고리 원전 3·4호기
APR 1400 모델이 적용된 신고리 원전 3·4호기

정부가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한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계속 건설 혹은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을 관리할 공론화위원회를 3개월 동안 운영한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신고리 5, 6호기 건설 공론화 문제는 공론화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일정 규모 시민 배심원단에 의한 공론 조사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이해관계자를 배제하고 국민적 신뢰와 덕망이 높은 중립적인 인사를 중심으로 10명 이내로 선정한다. 공론화가 종료되기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운영 시한은 3개월 정도다.

홍 실장은 “공론화위원회가 결정권을 갖는 것은 아니며, 공론화를 잘 설계하고 어젠다를 세팅하며, 국민과 소통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성, 중립성, 객관성, 책임성 등 반드시 지켜야 될 원칙들을 공론화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해 설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론조사방식 설계를 포함한 일체 기준과 내용은 공론화위원회가 결정한다. 전체적인 공론 조사 방식은 독일에서 진행 중인 핵폐기장 부지 선정을 위한 공론화위원회와 비슷할 전망이다.

불특정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일정 규모 시민 배심원단을 설정해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배심원단은 충분한 사전 토론과 정보공유를 통해 충분히 사안을 숙지한 이후 집중 토론을 거쳐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에 따라 신고리 5, 6호기 건설은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 일시 중단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 추진 일환으로 신고리 5, 6호기 공사 재검토를 대선공약으로 발표했다. 신고리 5, 6호기는 작년 6월 건설 허가를 취득하고 지난달 말 기준으로 종합공정률 28.8%에 이른 상태다. 이미 집행된 공사비는 약 1조6000억원 수준이다.

신고리 5, 6호기 공사가 중단되면 총 손실규모(매몰비용)는 기집행된 공사비 1조6000억원에 보상비용까지 합쳐서 약 2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 공사가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공사 중단시에도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홍 실장은 “신고리 5, 6호기 건설공사를 공약 그대로 건설 중단하기보다는 공론화 작업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그 결정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오늘 대통령께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 6호기 문제 공론화 방안에 대해 국무위원 간 집중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신고리 5, 6호기는 신고리 3, 4호기에 이어 국내에서 2번째로 수출형 원전인 'APR 1400' 원자로 모형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다. 만약 공론화 결과 건설 중지되면 수출형 원전 기술명맥 유지 대책이 필요하다. 차세대 원자로인 APR+ 연구개발 사업도 차질이 우려된다. 반대로 건설 찬성 결과가 나오면 새정부의 탈 원전 정책에 속도조절이 예상된다.

공론화작업은 원전은 물론, 현재 건설 대기 중인 신규 석탄화력 사업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석탄화력 역시 찬반 논란이 많았고 새 정부 들어 신규 건설사업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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