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 가전공장...보호무역주의 극복+최대시장 밀착대응 기회로 삼아야

삼성 미 가전공장...보호무역주의 극복+최대시장 밀착대응 기회로 삼아야

삼성전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생산공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현지 생산시설 유치 노력에 화답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 미국 생산공장 건설을 유도하는 '러브콜'을 지속적으로 보내왔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현지 공장 건설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열렸다. 무엇보다 미국 보호무역주의를 타개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세탁기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가 대표적이다. 월풀은 미 ITC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생산지를 옮기는 방식으로 우회 덤핑을 했다며 세이프가드를 청원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 미국 가전 시장 점유율은 14.7%다. 올해 1분기는 19.2%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반해 월풀은 16.6%(2016년 1분기)에서 15.7%(2017년 1분기)로 떨어졌다. 월풀이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배경이다. 미 ITC는 월풀 청원에 따라 세이프가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 생산공장은 투자 명목으로 미국 정부에 긍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세이프가드 등 수출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전자가 미국 가전공장 건립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트위터에 “고맙다 삼성전자(Thank you @samsung)'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현지 공장이라는 '선물'을 줬을 때, 미국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이목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부터 세탁기 생산라인을 가동해 미국 현지 소비자 수요와 선호도에 맞춰 빠르고 효율적으로 w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 세탁기 플렉스워시 사진
삼성전자는 내년 초부터 세탁기 생산라인을 가동해 미국 현지 소비자 수요와 선호도에 맞춰 빠르고 효율적으로 w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 세탁기 플렉스워시 사진

미국이 지속적으로 발목잡는 반덤핑 관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미국에 수출하는 가전 물량 일부를 현지에서 소화한다면 미국 기업이 걸고 넘어가는 여러 이슈를 피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반덤핑 이슈에 휩싸인 세탁기를 우선 생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브랜드 이미지로 환원하면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삼성전자는 950여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이익을 얻는 것만은 아니다. 미국 현지 인건비와 부지 임차료 등 생산원가를 고려하면 베트남이나 멕시코 등 기존 해외 생산시설을 택했을 때보다 '남는 것'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기존 해외 생산기지 대신 미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생산원가가 5배 정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근로자 인건비는 베트남 10배, 멕시코 6배에 이른다. 5% 안팎 수준인 가전 부문 마진을 고려할 때 수익성 악화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현지 투자 과정에서 세금과 혜택 등을 최대한 얻어와야 할 것”이라면서 “미국과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제조업 성장을 위해 글로벌 기업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 현지 생산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1970년대 미 제조업 고용은 1842만명이었지만 올해는 1239만명으로 줄었다. 1970년대 전체 고용자 수 25% 이상이 제조업이었지만 이 비율도 올해 8.5%까지 떨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삼성뿐만 아니라 LG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기업의 미국 내 현지 생산시설이 속속 확대되고 있다”며 “단순히 무역장벽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서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세부 전략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