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칼럼>미국에서 통하는 발명을 특허 출원 전 공개해버렸다면

제대건 미국 변호사
제대건 미국 변호사

국내 연구기관, 대학, 기업에서 개발한 연구 결과를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보호받으려면 미국 특허를 출원한 이후에 연구 결과를 '공개'(disclosure)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특허 출원에 앞서 연구 결과부터 공개해야 할 때도 많다. 기업의 경우 신기술 개발을 발표해 새로운 판매 계약을 체결하거나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도 한다. 대학 연구실은 연구 결과를 학회 등에서 발표하거나 논문 형식으로 학술지에 게재하는 사례가 많다. 미국 특허법 하에서 발명 대상 '공개'는 문서뿐만 아니라 학회 구두 발표, 전시회 데모, 강의·연설, 심지어 인터넷 영상이나 웹사이트 등도 모두 포함한다. 따라서 발명자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특허 출원이 가능한 발명이 이미 세상에 '공개'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특히 지난 5월 1일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은 제약회사 간 소송인 헬신 대 테바(Helsinn HealthCare S.A. v. Teva Pharms) 사건에서 특허 대상이 되는 발명이 외부에 공개된 '공급 및 매입 계약서'에 언급돼 있으면 설령 발명의 핵심 사항이 일부 누락돼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발명이 외부에 '공개'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판결했다. 미국 특허법 하에서 발명자의 새롭고 유용한 발명에 한정된 기간 동안 독점권을 부여하는 반대급부 혹은 거래조건으로 특허 출원 과정에서 발명의 자세한 사항을 세상에 '공개'하게끔 강제한다. 만약 발명이 여러 방식으로 이미 세상에 '공개'됐다면 독점권 거래조건이 성립되지 않아 특허 출원을 해도 거절하거나, 등록되더라도 향후 무효가 된다. 이런 기본 원칙을 미국 특허법에서는 '온 세일 바'(on sale bar)라고 한다. 헬신 대 테바 사건에서 법원은 그 계약서가 특허를 자세히 공개하지 않더라도, 특허권자의 계약서 존재 자체가 공개돼 있는 사실 때문에 온 세일 바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개정 미국 특허법(AIA) 102(a)조항은 특허 받고자 하는 발명이 이미 특허를 받았거나, 출판 문서(printed publication)에 쓰여 있는 경우, 그리고 공개적으로 사용(public use) 혹은 판매(sale)되고 있거나, 어떤 식으로든 대중에게 알려져(otherwise available to the public) 버렸다면, 그 발명은 특허 출원을 하더라도 미리 '공개'된 내용을 선행 기술로 간주해 특허 등록 거절이나 무효 판결에 활용하는 다소 가혹한 조항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미국 특허법 102(b)(1)에서는 1년이라는 유예기간을 채택하고 있다. 발명자가 자신의 발명을 외부에 '공개'했을 경우 공개 시점으로부터 1년 안에 특허 출원을 하면 특허 등록이 가능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특허 출원이 미국 특허 외에 한국 특허 출원도 포함한다는 점이다. 개정된 미국 특허법에서는 특허 유효출원일(Effective Filing Date of the Claimed Invention)을 기준으로 1년 유예기간을 산정(미국 특허심사매뉴얼 M.P.E.P. § 2152.01)하는데, 유효출원일에는 한국 특허 출원일도 포함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발명을 한 결과물이 외부에 '공개'됐을 때 그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에 한국 특허를 먼저 출원하고, 해당 한국 특허 출원에 우선권을 주장하는 미국 특허를 기한 내 출원하면 그 발명의 선'공개'를 사유로 미국 특허 출원이 거절되지 않는다. 물론 한국 특허 출원 과정을 생략하고 미국 특허 출원을 먼저 할 수도 있는데 이때도 공개 시점으로부터 1년 유예기간 내에 출원해야 한다.

기술 분야를 막론하고 최대 소비자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사실은 널리 공개할 만하지만 관련 기술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특허권을 통해서 얻으려면 유예기간을 넘기지 않고 특허 출원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또한 그러한 기술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특허 출원을 했다고 믿는 경우에도 '헬신 대 테바 사건'처럼 의도치 않게 발명을 '공개'했다고 판단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기술 내용의 외부 공개 방식 및 정책 등을 다시 한 번 점검해 관련 내용을 수정,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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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건 모건 루이스 미국 특허변호사 daegunn.jei@morganlew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