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애플이 삼성전자 시총 두 배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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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 애플이 삼성전자 시총 두 배인 이유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은 1983년 2월 8일 반도체 D램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른바 '도쿄 선언'이었다. 이 회장은 일본 도쿄에서 서울에 있는 홍진기 당시 중앙일보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누가 뭐라 하건 밀고 나가겠다”고 단언했다.

삼성의 발표가 나오자 일본 미쓰비시연구소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조롱이 가득했다. 마침 일본은 미국과 함께 세계 반도체 시장을 양분하다 한발 앞서 나가기 시작하던 때였다. 자신감이 넘쳤다. 1991년에는 일본 반도체 기업이 세계 1~3위를 석권했다.

도쿄 선언 10년 뒤에 통쾌한 시장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조사업체 데이터퀘스트는 1992년 세계 D램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일본 도시바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고 발표했다. 그 뒤 10년이 지난 2002년에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삼성이 1위를 차지했다. 특유의 빠른 스피드로 반도체 신화를 숨 가쁘게 써 내려갔다.

삼성 반도체는 올해 2분기에 마지막 남은 인텔까지 매출에서 앞질렀다. 34년 만에 세계 반도체 왕좌에 우뚝 섰다. 반도체 부문의 호실적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도 처음으로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동안 재벌 비판에 거침이 없던 정치권마저 “반가운 소식”이라고 격려했다.

이병철 삼성 전 회장
<이병철 삼성 전 회장>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삼성전자가 실적에서 애플을 앞섰지만 시가총액에서는 애플의 절반도 되지 않는 이유다. 애플의 주가가 오르면 시가총액은 3배 가까이 벌어지기도 한다. 시가총액은 기업의 가치를 반영한다. 현재와 미래 가치가 더해진다. 실적이 더 좋은 데도 시가총액이 턱없이 낮다면 삼성전자가 저평가됐을 수도, 반대로 애플이 고평가됐을 수도 있다.

여러 이유를 따져볼 수 있다.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이라는 국가 브랜드 차이, 나스닥과 코스피 시장의 규모 차이, 여기에 북핵 위협이 도사리는 분단 국가에 본사를 둔 기업이라는 점도 꼽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세계 1위 기업이 시가총액에서 2위 기업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여전히 기업 가치에서 열세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솔직히 삼성전자 하면 아직 '빠른 추격자' 이미지가 남아 있다. 애플이 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새 시장을 개척하면서 쌓은 '시장 선도자' 이미지와 대비된다. 미래 가치나 브랜드 파워에서 차이가 생기는 지점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 인텔을 제치고, 영업이익에서 애플을 제쳤다고 마냥 박수만 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빠른 추격자로서 삼성전자의 질주는 한계에 이르고 있다. 퀀텀 점프를 위한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다.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은 그의 저서 '제로 투 원'에서 '창조적 독점' 개념을 제시했다. 새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면 독점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거창하게 '알파고'나 '앱스토어'와 같은 생소한 분야에 욕심 낼 필요는 없다. 가장 잘하는 반도체로도 얼마든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가깝게는 6나노 초미세 반도체에서 멀게는 인간의 뇌를 닮은 초전력 반도체까지 도전할 곳은 많다. 애플도 세계 최초로 PC를 만든 이후 줄곧 PC 변형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해 왔다. 이병철 전 회장의 다짐은 창의 시대에도 유효하다. “누가 뭐라 하건 밀고 나가겠다.” 다시 배수진을 치지 않으면 '창조적 독점자'가 될 수 없다.

장지영 미래산업부 데스크 jya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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