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막힌 증권사, '왜 우리만 규제'...카카오뱅크도 있는데

카카오뱅크 열풍으로 대변되는 금융 규제완화 효과를 지켜보는 금융투자업계가 속만 태우고 있다. 모든 업무의 비대면 처리가 가능한 은행과 달리 계좌 개설 이외의 대부분 금융투자 업무는 비대면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계좌 개설이 허용된 이후 비대면 계좌 개설 대부분이 증권사에 쏠릴 정도로 활성화됐지만, 상품판매까지 이어지지 않으면서 은행과 달리 실질적인 혜택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는 비대면 일임업무가 허용되지 않아 목표전환형 자문형 랩 상품 등은 판매를 못한다. 일부 상품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처럼 동일하게 자산배분 기능을 갖춰 안정성이 높지만 비대면 업무는 허용되지 않는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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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투자 위험을 이유로 비대면 일임업무를 불허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 부분은 로보어드바이저(RA)다.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는 RA테스트베드에 참여한 업체조차 비대면 일임업무를 할 수 없다. RA업체 금융상품 판매는 증권사나 은행 등 영업점 대면 계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영업점과 전문인력을 요구하는 기존방식과 차이가 없다.

현재 약 1.5~2%인 RA펀드 관련 상품 수수료를 더 낮출 수 없는 이유다. 반면 미국 등 RA어드바이저가 활성화된 시장에서 상품 수수료는 0.5% 내외다. 미국에서는 RA상품 개발부터 비대면 판매, 사후관리까지 한 회사에서 맡아 비용을 낮춘다.

RA업체 관계자는 “현재 RA상품도 은행, 증권사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낮추기가 어렵다”며 “비대면 계약만 풀어줘도 수수료를 1%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전했다.

규제때문에 관련 기업 중에 유사투자자문업이나 IT정보제공업 형태로 사업을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또 비대면 일임이 허용된 일본이나 홍콩 등 해외진출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비대면 규제는 RA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반 금융투자상품도 형태에 따라 비대면 계약 체결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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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적금 대비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단기금융상품이 대표 사례다. 현행 금융투자업 규정 상 CMA 가운데 머니마켓랩(MMW)형 CMA는 비대면 가입이 불가능하다.

MMW형 CMA는 한국증권금융 예수금과 콜자금 등에 투자해 투자일임 방식으로 운영되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다. 이자와 세금을 매일 정산해 재투자하기 때문에 복리 투자효과를 올릴 수 있다. 환매조건부채권(CP)형 CMA, 머니마켓펀드(MMF)형 CMA와 달리 투자일임 상품이란 이유로 비대면 가입이 안 된다.

최근 증권사 CMA잔고는 RP형에서 MMW형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2년 간 MMW형 CMA 상품은 RP형보다 2배가 넘는 5조원 가량 늘었다. 14일 기준 기타형 CMA잔고는 17조3184억원이다. 기타형 CMA 대부분은 MMW형이다.

금융투자업계 더 큰 불만은 초고위험부터 초저위험형까지 다양한 투자자산군을 다루는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은행이 비대면으로 판매한다는 점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임형 ISA 상품이 MMW형 CMA보다 리스크가 큰 상품”이라며 “투자 일임업자의 투자판단 개입 여지를 이유로 비대면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호주 등에서는 RA비대면 서비스를 허용한 대신 관련 리밸런싱 규제나 RA신뢰성 제고를 위한 관리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RA 알고리즘 규제를 체계적으로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 투자자의 서비스 제고를 위해서라도 기존 투자자문이나 일임에 대한 규제와 별도로 RA 비대면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