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이사회, 최대 주주 '벤치마크' 어찌하나

세계 최대 차량 호출업체 우버가 최대주주 가운데 하나인 벤치마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버 이사회, 최대 주주 '벤치마크' 어찌하나

트래비스 캘러닉 전 CEO(최고경영자)를 지난 6월 CEO직에서 물러나도록 하는데 선봉에 섰던 벤치마크가 캘러닉을 사기, 계약위반, 신탁의무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하고 양측이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이면서 가뜩이나 리더십 공백 상태의 우버를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 이사회 다수의 견해다.

벤치마크는 캘러닉이 지금의 우버를 만든 '일등 공신'인 것은 맞지만, 우버의 미래 발전을 위해 캘러닉은 우버를 영원히 떠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벤치마크 측은 소장에서 “캘러닉 전 CEO가 자신의 이기적 목적을 위해 우버 내에서 권력을 강화해 왔다”면서 “우버의 주주와 종업원, 운전기사, 투자 파트너와 고객들에게 해를 끼쳐온 그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기는커녕 다시 CEO로 복귀하려는 조짐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버 이사인 벤처 캐피털리스트 셔빈 피셔버는 19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벤치마크는 우버의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이사회를 떠나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그는 벤치마크의 캘러닉에 대한 소송 제기는 “극단적으로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친 캘러닉계 이사들은 벤치마크의 지분을 소프트뱅크 등 우버에 투자할 의향을 밝힌 다른 회사에 넘기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서치 회사인 CB 인사이트의 아난드 산월 CEO는 “창업자들이 벤치마크의 투자를 꺼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투자 회사가 창업자를 몰아내는 일에 앞장서는데 어떤 창업자가 그 투자를 받겠느냐는 것이다.

캘러닉은 지난 17일 “벤치마크의 소송은 공공연하게 개인적인 공격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1995년 설립된 벤치마크는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골라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로 실리콘밸리에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닷컴붐이 일 당시 이베이에 500만 달러를 투자해 1998년 회사가 상장될 때 무려 5만 퍼센트의 이익을 환수한 것은 실리콘밸리의 전설로 남아있다.

우버에는 지난 2011년 창립 초기에 12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을 비롯해 총 6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현재 우버의 시장 가치로 환산하면 80억 달러(총 주식의 13%)에 해당한다.

벤치마크는 캘러닉 전 CEO를 고소하면서 이사회의 접근이 일부 차단됐다. 소송 당사자가 회사 기밀을 알아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우버 내에서 벤치마크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의 목소리가 크지만, 벤치마크는 최근 우버 사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만약 이대로 간다면 우버는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면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빌 걸리 벤치마크 파트너는 “최근 몇 년간 일부 스타트업들이 쉬운 돈, 높은 평가액, 무모한 지출의 3박자로 인해 위험한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NYT는 이를 “엄청난 평가가치를 받고 있는 우버를 겨냥한 것”이라면서 “양측의 갈등 내면에는 주식상장을 둘러싼 이견도 자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벤치마크는 연내 주식상장을 주장해왔지만, 캘러닉 전 CEO는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