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스타트업에 '양산'은 '죽음의 계곡'...기업 매칭 등 구체적 지원 절실

제조 스타트업에 '양산'은 '죽음의 계곡'...기업 매칭 등 구체적 지원 절실

#해외 크라우드펀딩 킥스타터에서 15억원 이상 모금에 성공한 A기업은 최근 제품 양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기 배송을 약속한 날짜보다 8개월이나 늦어졌다. 세간의 관심과 달리 제품생산 기업 선정, 설계, 금형제작 등에서 A기업은 '을'이었다. 생산할 공장을 찾는게 주 업무가 됐을 정도다. 설상가상으로 생산 업체 실수로 설계까지 고쳐야 했다. 3개월 시간을 통째로 날렸고 그 사이 사용한 돈만 1억원이 넘었다.

#B기업도 해외 크라우드펀딩에서 10억원 이상 모금에 성공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러나 부품주문부터 배송까지 매 순간 '죽음의 계곡'을 넘어야 했다. 부품업체 선정부터 막혔다. 어렵게 계약단계까지 갔지만 선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제품 생산과정에서 초기 계획보다 많은 비용이 투입 돼 제품 판매가격을 다시 고민해야 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킥스타터, 인디고고 등 해외 크라우드펀딩에서 소위 '대박' 흥행에 성공한 우리 스타트업이 양산 단계부터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조 스타트업 양산과정을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로 표현할 정도다. 하지만 정부는 단순 자금지원이나 마케팅 컨설팅 등에 머물러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조 스타트업이 크라우드펀딩에 선보이는 제품은 시제품이다. 수작업으로 만들어 정교할 뿐 아니라 제품 문제도 바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양산은 다르다. 동일한 품질의 제품 수만~수백만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 생산업체 섭외를 넘어 제품에 들어갈 부품선정, 금형제작, 불량관리, 배송까지 스타트업이 모두 감당해야 한다.

제조업 특성상 생산을 모두 마친후에 제품을 확인 할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애플리케이션(앱)과 같은 소프트웨어(SW) 중심 스타트업은 서비스를 출시하고 버그 등을 순차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은 제품이 나간 뒤에는 환불, 교환 조치 등 비용을 직접 떠안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공장은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떤 기업이 우리제품을 제대로 만들어 줄 수 있는지 정보조차 얻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생산 기업을 찾는다 하더라도 기업에 따라 불량률이 천차만별로 환불, 교환 등 소비자 컴플레인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제조 스타트업에 '양산'은 '죽음의 계곡'...기업 매칭 등 구체적 지원 절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크라우드펀딩 관련 사업은 크라우드펀딩 등록, 기술개발(R&D)지원 등 단순 금액지원에만 집중 돼 있다. 기업 컨설팅 등에 멘토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마케팅 중심으로 생산업체 선정 등 실질적 지원과는 거리가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은 자금 지원을 중심으로 돼 있다”며 “생산기업 매칭 등의 애로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사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킥스타터, 인디고고 등에서 성공한 기업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해외 크라우드펀딩은 세계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수단으로 10억원 이상 고액 모금에 성공한 기업은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또 내수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기업의 빠른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류선종 엔피프틴(N15)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은 시작단계로 양산을 넘어서야 성공 궤도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며 “제조 스타트업 성공을 위해 양산 단계 전문가 컨설팅 지원하고, 중국 심천이나 베트남 등에 진출한 국내 양산기업 활용해 생산 비용을 낮춰주는 노력 등 복합적인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