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업무보고]과학기술 컨트롤타워 '혁신본부'에 힘실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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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구자 중심의 국가 연구개발(R&D) 혁신 방안을 구체화했다. 국가 R&D 사업 예비타당성조사권, R&D 예산 지출한도 공동설정권을 연내 이관받는다. 진정한 의미의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복원하고, 연구자 창의성이 반영되는 기초·원천 연구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과기정통부는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 부처별 핵심정책 토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하반기 핵심정책을 보고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선 '연구자 중심의 자율적·창의적 R&D 지원체계 혁신'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고를 받기에 앞서 “과거에 비해 과학기술, 정보통신의 국가 경쟁력이 많이 낮아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의 R&D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가 부족해 일본이 22명이 노벨과학상을 받는 동안 우리나라는 후보에도 끼지 못하는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도 많이 뒤처졌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역량 있는 연구자가 연구비 단절 없이 연구에 몰입하도록 자유공모 과제 지원 예산을 2배 늘린다. 자유공모 과제는 연구자가 직접 연구 주제를 제안하는 '상향식(Bottom-up)' 과제다. 제안한 주제가 채택되면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연구 자율성과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 예산 확대를 통해 2022년에는 현재 23% 수준인 연구비 수혜율을 50%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과기정통부는 3분기 중 R&D 프로세스 혁신방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연구 과제 기획, 선정, 평가, 보상 체계 전반을 개선한다. 여러 연구자가 참여하는 개방형 기획을 활성화한다. 이른바 '과정존중 평가'를 도입한다. 연구 성패만 따지지 않고 의미 있는 실패를 용인하는 구상이다.

이 같은 환경이 조성되면 성공 가능한 과제에만 안주하지 않고 도전적 연구 과제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국 기술을 추종하는 '추격형' R&D에서 우리가 먼저 앞선 기술을 개발하는 '선도형' R&D로 전환하는 정책 일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R&D 혁신에서 과학기술혁신본부 역할을 강조했다. 부처를 아우르는 장기 안목의 정책을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학생연구원 처우 개선에도 관심을 보였다.

이진규 과기정통부 1차관은 “(대통령이) '연구자 중심으로 가기 위해서는 단일 정부 한계를 뛰어넘는 통 크고 긴 안목이 필요하다. 쉽지 않지만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혁신본부를 신설한 것이고, 혁신본부를 활용해 실제 연구자 중심 R&D 혁신을 실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 차관은 또 “문 대통령은 학생연구원 권익 보호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면서 “4대보험, 퇴직금 등 실질적 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체계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과기혁신본부의 예산권 확보 시한을 연내로 못 박았다. 국가재정법, 과학기술기본법을 개정해 R&D 예타, R&D 지출한도 공동설정권을 가져온다. 현재 이들 권한은 기획재정부가 독점하고 있다. 기존 체계가 기술 개발에도 일률적으로 비용 편익 분석 잣대를 들이대는 등 R&D 투자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과기혁신본부가 이들 권한을 가져오면 기획, 예산, 평가 전반을 관장한다. 참여정부 때 예산권이 없어 '미완'에 그쳤던 컨트롤타워 복원 구상이다. 토의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이 혁신본부 예산권 확보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선 국회 법안 처리가 필요하다. 관련 법안은 6월 초 발의된 후 상임위원회에도 회부되지 못한 채 잠자고 있다. 혁신본부가 제 역할을 하려면 청와대와 국회의 관심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기초·원천 R&D 관할 부처 일원화도 3분기 내 추진한다. 기초·원천 R&D는 과기정통부가 통합 기획·수행하고, 산업 수요 기반 R&D는 각 소관 부처가 수행하는 안이다.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역할 분담안을 3분기 중 마련하기로 했다.

기초·원천 R&D를 확대, 강화하려는 문재인 정부 방침과 맞닿아 있다. 중·장기에 걸쳐 효과가 나타나는 기초·원천 연구는 별도 체계로 관리하는 구상이다. 기초 연구 특성을 반영한 일관된 전략 하에 장기 연구를 지원한다.

관행에 따라 추진하던 R&D 사업은 구조조정한다. 기존 사업을 재검토해 투자 방향을 다시 설정한다. 이를 통해 절감한 재원은 국가 전략분야 투자에 활용한다.

R&D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를 개방한다. 그 동안 국가 차원의 관리 없이 방치됐던 R&D 중간 산출물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과기정통부는 이 산출물을 빅데이터로 만들어 연구자, 기업인에 개방할 방침이다. 정책 추진 방안을 10월까지 제출하기로 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