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공동위 특별회기, 합의 없이 끝나…입장 차만 확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여부를 놓고 서울에서 열린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합의 없이 종료됐다. FTA 개정 혹은 수정 협상을 즉시 시작하자는 미국 요구와 FTA 효과 분석이 먼저라는 한국 입장이 맞섰다. FTA 개정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양측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는 평가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2일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종료 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양측은 한·미 FTA 효과와 미국 무역적자 원인, FTA 개정 필요성 등에 대해 상호간에 이견이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어떤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당초 예상대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8시간에 가까이 진행된 회의에도 합의에 실패했다.

미국은 한·미 FTA 이후 자국의 대한(對韓) 상품수지 적자가 두 배로 늘어난 점을 제기했다. 기존 협정문 이행 이슈 해결과 함께 FTA 개정 혹은 수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양국 국내 절차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개정 협상을 개시할 것을 요청했다.

우리 측은 미국의 이슈 제기에 반박했다. 자동차, 철강, 정보기술(IT) 분야 교역 불균형과 미국 무역적자에 대해서는 올해 들어 30% 가까이 감소하는 등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가 지속 감소하는 추세고, 한·미 FTA가 무역적자 원인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 자동차 및 원산지검증과 각종 한·미 FTA 이행 이슈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협정문을 충실하게 이행했고, 지속적으로 논의하자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의 한·미 FTA 개정 또는 수정 요구에 대해서는 양국 전문가가 FTA 효과를 공동 조사, 분석, 평가해서 FTA가 미국 무역적자 원인인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대응했다. 우리 측은 어떤 결정도 상호 호혜적인 원칙 하에서 양측 간 합의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의 대한 상품수지 적자가 미시, 거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한·미 FTA가 원인이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객관적인 통계와 논리를 들어 적극 설명했다”며 “양국 전문가들이 한·미 FTA 효과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원인에 대해 조사, 분석, 평가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또 “미국의 일방적인 FTA 개정 제안에 대해 우리 측은 동의하지 않았으며, 한·미 FTA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미 FTA 개정 협상 여부는 미국 손에 넘어갔다. 우리나라는 한·미 FTA 효과 조사와 분석, 평가에 대한 미국 측의 답변이 와야 후속 조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 본부장은 “공동위 틀 내에서 열린 자세로 미국 측과 적극 협의할 것”이라며 “우리가 제안한 한·미 FTA 효과 조사, 분석, 평가에 대한 답변을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22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USTR 대표가 영상회의를 하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USTR 대표가 영상회의를 하고 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