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지능정보사회 화수분 'IoT' 활성화를 위한 제언

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m
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m

어느 아버지가 아들이 태어나자 재물이 끝없이 불어나라는 염원을 담아 이름을 '화수분'으로 지어 준다. 그러나 아들은 거창한 이름에도 궁핍한 삶을 살다가 죽고 만다. 1925년 전영택의 소설 '화수분' 내용이다. 전통 설화에 담긴 화수분에서는 몇 가지 기저 의식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간절한 필요성이 있어야 하고, 필요한 것을 계속 얻기 위해 단지 안에다 무언가를 일단 넣어야(투자해야) 하며, 제대로 쓰지 않으면 효능이 사라진다는 것 등이다.

사물인터넷(IoT)이 현대판 화수분으로 주목받고 있다. IoT는 인간 개입 없이 사물이 서로 대화하고, 데이터를 분석해서 결정하고 행동한다. IoT가 현대판 화수분인 이유는 우리나라 어느 대학이 예측한 바와 같이 2020년께 300억개 IoT가 끊임없이 실시간으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고, 이렇게 생산된 데이터가 바로 4차 산업혁명 지능정보 사회의 주요 산업 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재화 가치가 있는 산업 자원을 화수분처럼 쉴 새 없이 만들어 내는 요술단지가 바로 IoT다.

4차 산업혁명기인 지능정보 사회에서는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가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고 재편해 나갈 것이다. 과거 우리는 정보화에 국가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서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기를 맞아 IoT 기술과 데이터 플랫폼에 기반을 둔 지능정보기술을 잘 이용하면 새로운 대한민국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IoT 산업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누구나 IoT를 말하지만 실제 IoT 서비스는 대부분 시험 단계이고, 기업은 여러 이유로 IoT 도입을 망설이는가 하면 칩이나 장비 제조업체는 투자와 연구개발(R&D)에 소극적이어서 대부분 관련 제품을 수입해 쓰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선순환 발전 구조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IoT를 현대판 화수분으로 만들기 위해선 우선 IoT로 만들어지는 데이터를 새로운 자원으로 여기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2020년 데이터 시장은 한국은 20조원, 세계는 1조달러 규모로 예측된다. 일자리 창출 규모 역시 상당할 것이다. IoT가 국민 삶의 질과 산업 경쟁력을 괄목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 때문에 IoT도 초기 투자가 중요하다. 시장이 열리면 민간 투자는 자연히 활성화되겠지만 그 전에 정부의 선투자가 필요하다. 정부 투자는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규제 완화, 제도 정비, 원천 기술 확보 등 IoT가 자랄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먼저 허용 전파 주파수와 출력을 늘리는 등 규제 완화가 지속돼야 한다. 요금제와 기술 기준 규제도 융통성 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 규제 정책 조율의 적시성이 선도 산업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한 여러 사례를 경험한 과거를 반추, 이에 대한 정부의 발 빠른 대처를 주문한다.

IoT 활성화를 가로막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개인 정보 보호와 보안 문제다. 여기에 대한 제도 및 기술 조치가 시급하다. 개인정보보호법 및 관련법의 과감한 개편이 필요할 수도 있고, IoT 정보와 개인 정보 간 조합이 이뤄지지 않도록 암호화 또는 분리 처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것도 해결 방안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통신 성격상 IoT 기술과 데이터 플랫폼 산업의 원천 기술 확보와 표준화 선점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 우리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등 정보통신 원천 기술 확보 및 기술 표준화 선점에 쏟은 많은 노력과 그로 인한 국가 경제의 성공 경험은 아직도 유효하다.

IoT 산업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와 경제 가치를 만들어 내는 화수분으로 만들지 소설 '화수분'의 주인공처럼 요란한 이름만 남긴 채 사라지게 만들지는 지금 우리에게 달려 있다.

김동수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 0755kds@klabs.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