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이통사 '백기투항'···정부 출범 초기, 국민여론 등 부담

[뉴스해설]이통사 '백기투항'···정부 출범 초기, 국민여론 등 부담

이동통신사 3가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25% 상향에 대해 가처분소송을 포기하며 '백기투항' 한 것은 새정부 출범 초기라는 점과 악화된 국민 여론을 복합 고려한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다음 달 15일 새 선택약정 제도가 시행되는 데다 보편요금제 등이 대기하고 있어 이통사 재정 부담이 악화될 전망이다.

◇백기투항 왜···“정부 대립각·여론 악화 부담”

통신 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경제·법률만으로는 판단이 불가능한 정무적 영역”이라면서 “최고경영자(CEO)의 고뇌에 찬 결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할인율 25% 시행 시점이 다음 달 15일이고, 약 2주 전 가처분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점을 볼 때 이번 주 소송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통사 내부에선 정부 정책 발표 초기 소송을 해야 한다는 '주전파'가 우세했으나 점차 국민정서와 대정부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화파' 의견이 세를 장악한 것으로 파악된다.

규제가 강한 통신산업 특성상 지지율이 높은 새정부 출범 초기 정부와 갈등을 일으키는 것에 이통사가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 등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정부 협조를 얻어야 할 사안이 많은 시점이다.

통신비 인하에 대한 국민 열망이 큰 상황에서 자칫 소송이 더 큰 규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이통사가 선택약정 개선 조치를 지연시키면 돌이킬 수 없는 원성을 들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통신비 추가 인하 압박···피소 가능성도

이통사가 소송을 포기하면서 예정대로 다음 달 15일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이 현 20%에서 25%로 상향된다. 기존 가입자 약 1400만명을 위약금 없이 전환해주는 문제가 남은 쟁점이다.

이통사는 삼중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우선 기존 가입자 전환자와 신규 가입자에게 요금을 25% 할인해줘야 한다. 갤럭시노트8 등 고가 스마트폰 출시가 잇따르면서 선택약정 가입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추산 연 1조원, 이통사 추산 연 2조9000억원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큰 저항 한 번 없이 '통신비 전쟁' 1라운드를 내주면서 이어지는 정책에 대해 대항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보편요금제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이통사 추산 연간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연간 7조원가량인 이통3사 영업이익 절반가량이 사라지면서 투자여력이 크게 손상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보편요금제 등 더 큰 정책이 남았고,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30%로 높이는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피소 가능성도 부담이다. 손실이 명백한 정부 정책에 대해 이통사 경영진이 이를 막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배임 혐의로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정부가 외국 투자자로부터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정책 간담회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투자자 국가소송제(ISD)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