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약 강국 도약하려면 정부 집중 투자 필요

[기고]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약 강국 도약하려면 정부 집중 투자 필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바이오 산업이다. 정보통신 등 이종 기술융합을 통해 생산성 혁신과 경제 체제 변혁을 초래할 사회 경제 변화의 중심에 제약·바이오 산업이 자리한다.

헬스케어 분야를 들여다보면 정밀의학과 인간유전체 분석에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를 접목하는 시도가 확대된다. 이를 신약 개발에 활용하려는 국내외 제약 기업의 움직임이 가속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 사이에서는 AI를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책 과제로 추진될 정도로 정부가 적극성을 보이는 국가도 있다.

선진국은 신약 개발에 AI를 활용한다.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대폭 절감하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 과정을 보면 통상 5000~1만개에 이르는 후보 물질을 대상으로 문헌을 탐색한다. 독성이 발견돼 개발이 중단된 적은 없는지, 특허 관계 확인 과정 등에서 많은 시간을 들인다. 임상에 앞서 진행하는 '신약 후보 물질 탐색 및 도출과 전임상' 단계에서만 5~6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AI를 도입하면 이 시간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환자 임상 자료를 AI 기술로 분석해서 임상 시험을 최적화시키고, 부작용이나 약리 기전을 예측·분석해서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은 늘지만 성공률은 점차 낮아지는 양상도 AI 도입을 재촉한다. 미국은 시판 허가를 위해 소요되는 임상 기간이 1990~1994년 평균 4.6년에서 2005~2009년 7.1년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주요 국가가 AI 도입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일본은 다케다제약 등 50여개 제약·정보기술(IT) 기업과 이화학연구소, 교토대 등 산·학·연이 뭉쳐 신약 개발을 위한 AI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 다국적 제약 기업 화이자는 면역과 종양학 부문 신약 개발을 위해 IBM 왓슨을 도입했다. 얀센은 지난해 영국 AI 기업 베네볼런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 후보 물질 평가와 난치성 질환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AI를 신약 개발에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190여개 제약 기업을 회원사로 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신기술을 활용한 산업계의 신약 개발을 돕기 위해 가칭 '인공지능 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제약 기업 대상으로 AI 활용 방안에 대한 수요 조사를 실시, 이들 수요에 부응하는 AI 도입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크리스탈지노믹스가 AI 기업 스탠다임과 협약, 항암제 등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산업계는 의학 효용 가치가 높은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세계적으로 데이터 기반 의학이 전방위로 활용된다. 임상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개발 작업도 활발하다.

이 지점에서 정부의 역할론을 빼놓을 수 없다. '미래 성장 동력'을 키워 내기 위해선 산업계의 지속 노력과 정부 뒷받침 등 집중 투자가 적시에 이뤄져야 한다. 빅데이터를 공공기관이 관리하도록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임상 활용 가치가 있는 데이터는 정부가 관리하고 산업·연구 목적의 임상 정보는 공공 데이터로 생산, 국가 차원에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그 기반 위에서 글로벌 제약 강국의 꿈을 실현시켜 나갈 것을 기대한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heemokw@kpbm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