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집 Ⅱ]퍼스트무브 '부품'<2>차세대 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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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는 데이터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매개체다. 수집하거나 가공한 데이터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입력한 데이터도 보여준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금까지 단순 데이터 전달을 넘어 실제 자연처럼 생생한 화질을 구현하는 고해상도 기술 경쟁이 중심이었다. 더 높은 몰입감을 원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TV 화면이 점점 커지면서 55인치를 넘어 65·75인치 등으로 초대형 TV 시장이 커졌다.

이제 디스플레이 시장은 고화질 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디스플레이는 딱딱한 직사각형'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 화면이 동그랗거나 구부릴 수 있는 등 전혀 새로운 폼팩터 경쟁이 치열해졌다. 디스플레이가 새로운 정보기기 혁신을 이끌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등장하면서 디스플레이 기술 혁신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원형은 물론 구름·나무 등 자유롭게 형태를 만들 수 있는 프리폼, 돌돌 말 수 있는 롤러블, 사방으로 늘어나 옷이나 피부에 부착할 수 있는 스트레처블, 유리처럼 투명하면서 고해상도로 정보를 전달하는 투명 디스플레이 등은 OLED 등장으로 가능해졌다. 액정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은 OLED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가 활발하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맨 왼쪽)이 지난 6월 2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투명 플렉시블디스플레이 R&D 성과 보고회'에서 스마트 데스크, AR space 등 미래형 디스플레이 제품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맨 왼쪽)이 지난 6월 2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투명 플렉시블디스플레이 R&D 성과 보고회'에서 스마트 데스크, AR space 등 미래형 디스플레이 제품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디바이스와 서비스, 나아가 산업의 탄생을 유발한다. 디스플레이는 이런 변화를 이끄는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다.

예를 들어 폴더블 스마트폰 상용화는 여러번 구부려도 강도와 안정성이 높은 디스플레이 기술이 선행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자동차나 건물의 유리를 디스플레이로 대체하면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동시에 새로운 수요처를 창출할 수 있다.

표. OLED SWOT 분석 (자료=산업연구원, 2007년)
<표. OLED SWOT 분석 (자료=산업연구원, 2007년)>

◇생산 체계부터 변화 고민

현재 디스플레이 업계는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생산 체계에 접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LCD → 리지드 OLED → 플렉시블 OLED로 발전하면서 기술 난도가 점점 높아져 개발과 생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공지능(AI)을 각 공정에 도입하면 생산하기 전에 수율을 예측하거나 실패 요인을 미리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궁극으로는 신기술과 신제품 상용화에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하고 단기에 수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4차 산업혁명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생산 단계에서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세부 실행 전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주요 기술이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한 만큼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각 산업 분야에서 어떻게 이를 도입하고 활용할지 고민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은 “AI 기술은 더 다양한 공간에서 더 많은 콘텐츠를 디스플레이로 즐길 수 있도록 도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연구개발(R&D) 단계에서 훨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디스플레이 분야 기업의 연구개발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만들고 이를 일일이 실험하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 방식이다. 새로운 재료를 개발할 때 수천 수만가지 조합 사례를 만들고 실험을 거쳐 상위 데이터를 추출한다.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이 과정을 단축했지만 시뮬레이션 데이터의 신뢰성 문제, 데이터 추출까지 걸리는 시간 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거대한 산에서 금광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양산 단계에서도 4차 산업혁명은 다품종 소량 생산을 실현할 수 있는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윤수영 소장은 “패널 제조사는 양산 최적화 수치를 파악하는 게 가장 힘들다”며 “수많은 데이터를 양산에 접목해 활용할 수 있다면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하는 것은 물론 미래 사회에 걸맞은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실마리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한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디스플레이에 필요한 소재 특성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외 기업이 소재를 설계할 때 가상 결과를 도출해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상용화했다. 더 발전한 클라우드컴퓨팅과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이용하면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소재 개발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품종 소량 생산, 미래 경쟁력 가를 수도

현재 소품종 대량 생산하는 디스플레이를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데도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개인 맞춤형 디바이스와 서비스가 새롭게 탄생하고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서 지금처럼 수십조원의 거액을 투자해 패널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생산 체계는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메이커스 운동이 활성화되는 것처럼 개인과 소규모 기업이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맞는 기기를 자유롭게 개발하고 시장에 보급할 수 있는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디스플레이는 일정 규모 시장이 보장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제품과 기술이라해도 생산할 수 없다.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를 갖추면 소규모 혁신 제품이 시장에 등장하고, 여기서 파생된 신기술과 제품이 다시 등장하면서 기술 진화가 빨라질 수 있다. 지금 생산 체계와 완전히 다른 변화와 혁신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이런 4차 산업혁명 변화에 얼마나 근접했을까.

산업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이 한국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정책자료에서 주요 산업에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주요 핵심기술을 활용하면 제조, 공정, 원료, 조달, R&D, 물류, 서비스 등 가치사슬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망했다.

세부 산업별로 살펴보면 부품, 정보기술(IT) 등은 이미 타 산업군보다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활용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디스플레이 기업은 이미 생산 공정에 로봇을 활용하고 있으며, 라인 대부분을 자동화해 운영한다. 하지만 수율을 미리 파악하거나 생산 오류를 예측하는 등 AI와 데이터를 이용한 라인 운용은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능형 IT 전반을 활용하는 방안을 아직 살펴보는 수준”이라면서 “빅데이터, IoT 등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율을 높이는 사례가 늘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진 경희대 석좌교수는 “이제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패널사 혼자 역량만으로 개발할 수 없을 정도로 소재·장비 기술력이 중요해졌고, 앞으로 중요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며 “장비와 소재 분야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패널사와 긴밀히 연계해서 선제 대응해야만 미래 시장에서도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1등 경쟁력을 이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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