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집 Ⅰ]우리의 현실 <4>에너지·환경 충돌

지난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탈핵(脫核) 의지를 천명한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에너지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석탄 화력과 원전의 입지가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수십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탈원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찬반 논란이 뜨겁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신규 원전 건설 중단과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전력생산비중 20% 상향 조정 등 '안전'과 '친환경'으로 요약된다. 원전과 석탄발전은 점차 줄여나가되 청정·신재생 에너지 기반의 전력 공급을 늘릴 방침이다. 또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해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새 정부의 친환경 정책 의지를 확고히 보여줬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에너지 정책에서 중시해 온 '경제성'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특히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일시중단 결정을 둘러싸고 논쟁이 치열하다. 법리 논쟁을 비롯해 이해관계자 비용부담, 공론화 문제 등이 복잡하게 제기되고 있다. 시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주민 등의 강한 반발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급기야 '원전 마피아' 파문도 불거졌다.

일각에선 탈원전·탈석탄 정책에는 공감하지만 전기요금 인상, 전력대란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또 탈원전을 추진할 경우 원전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원전 수출국으로서의 위상도 추락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LNG발전소 추가 가동, 태양광, 해상풍력과 에너지세제의 합리화, 에너지 고소비 산업구조 개선 등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여부도 3개월간의 공론화위원회의 국민 의견을 바탕으로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탈원전 등 에너지 믹스의 전환 과정도 충분한 논의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원전 문제는 안전과 경제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무엇보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문가뿐만 아니라 국민 시각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탈원전은 선의의 정책이지만 에너지 수급을 둘러싼 현실과 미래를 들여다보는 데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년 대계'라 일컫는 에너지 정책을 소통과 절차 없이 추진해 비난거리를 제공한 셈이다. 탈원전은 찬반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갈등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매듭지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탈원전 정책에 매몰돼 또 다른 대혼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충분한 공감대를 얻어내 새로운 대체 에너지산업 육성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경 보호와 에너지 수급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기업이나 산업계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들쭉날쭉한 지자체의 개발규제와 전력 고정가격 매입제도(FIT)도입에 따른 형평성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절대농지에 태양광발전소 건립 허용여부도 농지의 마구잡이 개발 문제에 막혀 있다. 신재생에너지 입지 규제는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개선점을 도출하겠다는 정부 부처의 발표가 무색할 정도다.

최근 온실가스, 미세먼지, 지진으로 인한 원전 불안감 확산 등으로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시 환경과 안전을 고려해야 하는 법안도 제정돼 있다.

에너지정책은 현 정부의 핵심 국정 운영 어젠다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관련 정책의 일관성과 의지가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회 각계의 여론을 수렴해 안정적이고 다양한 저탄소 에너지믹스로의 방향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환경과 사회 갈등, 경제성 측면을 뛰어넘은 에너지수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신재생에너지 기반 확대와 4차 산업혁명과 결합된 친환경·에너지 효율화도 시급하다.

최준균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장비나 건물의 에너지 흐름을 알면 에너지 소비 생태계의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면서 “미래의 에너지 생태계는 전통적인 에너지 기술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이 서로 융합, 지금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앞으로 단순히 에너지를 판매, 유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유 등 다양한 에너지 유통산업이 예상된다”면서 “4차 산업혁명까지 감안한 에너지 백년대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현장.
신고리 5, 6호기 건설 현장.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단순히 에너지를 판매, 유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공유하는 등 에너지 백년대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단순히 에너지를 판매, 유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공유하는 등 에너지 백년대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단순히 에너지를 판매, 유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공유하는 등 에너지 백년대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단순히 에너지를 판매, 유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공유하는 등 에너지 백년대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