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집 Ⅰ]우리의 현실<1>저성장의 덫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고착화된 저성장이 한국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

언젠가부터 저성장이라는 말이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문제는 저성장이 고착화된 상태에서는 경제 시스템 전체가 침체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데 있다. 저성장이 몰고 온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2%대 경제성장률에 머물러 있다. 2014년 3.3%로 반짝 올라갔지만 곧 2%대로 떨어졌다.

우리나라가 저성장 문제를 크게 느끼는 것은 이전까지 기록했던 눈부신 성장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1980년대 8.8%, 1990년대 7.1%라는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 성장률이 4.7%대로 크게 낮아졌고 2010년에는 다시 3.4%로 떨어졌다. 지금처럼 2% 성장률이 지속되면 평균치도 계속 하락할 것이다.

2%로 떨어진 경제성장률이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7월 한국은행은 2016~2020년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2.8~2.9%라고 발표했다.

잠재성장률이란 우리 경제의 잠재적인 부가가치 생산량이 얼마나 성장할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즉 경제 기초체력이라고 볼 수 있다. 잠재성장률이 2%대라는 것은 비슷한 수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이 저성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경제 기초체력을 감안할 때 성장률이 원래 2% 정도라는 뜻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급진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이후 연간 20만명 수준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가계 기대소득이 줄고 소비심리가 위축된다. 소비 위축은 다시 내수 부진으로 이어진다. 이럴 경우 경제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저성장이 지속되는 기간 동안 국민소득이 정체됐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7561달러로 전년보다 1.4% 증가하는데 그쳤다. 벌써 11년째 2만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는 빠르게 올라간다. 기업은 이윤이 감소함에 따라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실직자는 증가한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성장 정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3만달러에 진입하는데 걸린 시간은 독일과 일본이 5년, 미국이 9년 걸렸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한국은 앞으로도 한참 더 걸릴 전망이다.

대외 경제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중국은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강력한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운운하며 보호무역기조를 강화한다. 지금 한국은 세계 양강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형세다. 우호적이지 않은 대외환경은 저성장 극복에 큰 짐이다.

저성장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 겪는 문제는 아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을 비롯해 일부 신흥 성장국가를 제외한 많은 나라들이 저성장 문제를 겪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보다 먼저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선진국은 최근 서서히 회복신호를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도 저성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경제 전반을 침체로 이끄는 저성장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도 저성장 문제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다. 가계 소득을 늘려 경제 전체를 활성화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계 소득을 늘리는 것은 양질 일자리를 확충하고 임금을 인상해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금이 저성장을 돌파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을 저성장 돌파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4차 산업혁명이 기존 산업에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고 경제 성장도 촉진한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거의 모든 산업과 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기존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가 생산되고 소비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은 제조환경 변화로부터 시작됐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문화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 한국 연도별 경제성장률(자료:한국은행)>


 한국 연도별 경제성장률(자료:한국은행)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