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집 Ⅲ]이것부터 바꾸자<3>바이오·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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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핵심 자원인 '의료 빅데이터' 활용 논의가 뜨겁다. 의료 빅데이터 활용 산업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의료산업 발전 속도에 맞춰 개인정보보호법 등 낡은 규제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빅데이터 관련 정책이 선진국에 비해 뒤쳐진다.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서울대의대)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공공 빅데이터 활용을 촉진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해 2월 한중일 보건장관회의, 올해 1월 OECD 보건장관회의를 통해 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아젠다로 다뤘다. 빅데이터 관련 정책은 산업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의료산업 분야 개인정보 보호 관련 각종 규제다. 개인 진료 정보가 담긴 정보 유출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데이터 접근 권한을 누가 갖는지, 어떤 종류의 환자 동의를 얻어야 하는지에 대해 법적 제한이 엄격하다.

빅데이터를 기업이나 연구진이 활용해 분석하려면 근본적 법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축적한 약 1조5000억건 빅데이터 활용 구상을 논의하자,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제기됐다. 의료기관도 데이터 관리권한체계를 수립하는 일은 중요한 과제다.

개인정보 보호체계는 강화되지만 데이터 활용 법·제도화는 부족하다. 백 교수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며 보건의료 공적 지출이 증가한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의료비도 절감시킨다. 공익을 목적으로 공공기관이 보유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현장에 다양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 이용을 촉진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되 그에 상응하는 관리책임을 강화하면 된다”며 “의료정보 민감성에 따른 전문적 관리 필요성을 고려해 빅데이터 정책위원회를 구성해 데이터 활용를 관리하자”고 제안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개인정보 제도 개혁은 단순히 규제 완화에 목적을 두지 않고 국민의 비용대비 편익 향상에 방점을 둬야 한다”며 “사전 규제는 줄이되 사후 징벌은 강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사후 징벌을 강화해 부당한 개인정보 악용 의도를 차단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비식별화된 의료정보 활용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 이사장은 “보수적인 일본조차 단순 대조로 재식별되지 않는 익명화 기준으로 활용 물꼬를 터주고 있다”며 “한국은 '다른 정보로 재조합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워 신산업을 제약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시도했지만, 회기가 만료되며 폐기됐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4차 산업혁명과 보건의료산업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빅데이터 관련 규제 완화 기대감이 고조된다.

하지만 개인정보 무분별한 유출 우려로 논의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박종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무산됐다”며 “법이 정비되지 않으면 기업은 불확실성이 높은 산업에 투자를 꺼린다”고 말했다.

과감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신수용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정부 주도의 탑다운식 사업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는 과감하게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규제에 막혀 산업화하지 못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과 같다”며 “구체적인 법적 기준을 만들고 기업이 빅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빅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제정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정훈 서울대의대 교수는 “빅데이터 활용 연구를 계획할 때 심의 의무를 지켜야 하는 사안인지 늘 고민하게 된다”며 “자유로운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 연구소, 기업 등 각 기관별로 분산된 의료 데이터는 질적 차이가 크고 정보 신뢰가 낮을 수 있다. 간극을 좁히기 위해 국가 차원 빅데이터 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동경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빅데이터를 공공기관이 관리하도록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임상 활용 가치가 있는 데이터는 정부가 관리하고 산업·연구 목적의 임상정보는 공공 데이터로 생산해 국가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