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집 Ⅱ]우리의 미래<1>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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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SAP 사파이어나우 행사장에 전시된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지난 5월 SAP 사파이어나우 행사장에 전시된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은 제조 공장 내 모든 기기를 연결했다. 제조 시간, 환풍기 습도 등 사소한 기록도 하나하나 측정하고 분석했다. 회사는 여기에 전자상거래 통합 기능으로 고객이 구매와 동시에 주문하고 맞춤 오토바이를 생산하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한 공장에서만 200만달러 비용을 절감했다. 오토바이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21일에서 6시간으로 크게 단축했다.

#플럭스는 3차원(D) 프린터로 주목받는 대만 스타트업이다. 프린터 헤드 교체만으로 프린터, 스캐너, 레이저 각인 등 다양한 작업을 가능케 해 목표의 16배가 넘는 금액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았다. 플럭스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새로운 3D 프린터를 기획 중이다. 식재료를 이용, 음식을 만드는 프린터다. 플럭스 공동 창업가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짐 유는 “상상이 아닌 실현 가능한 일”이라면서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특징은 파괴적 혁신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와 같은 신기술을 통해 산업 경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융합이 일어난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을 처음 소개하며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 간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 혁명”이라고 정의했다.

'파괴적 혁신' '전례 없던 변화'는 제조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 제조는 대규모 공장을 갖춘 덩치 큰 기업의 전유물에서 벗어나고 있다.

◇맞춤형 생산 시대

제조 변화를 보여주는 단면 사례가 3D 프린팅 등장이다. 3D 프린팅은 컴퓨터로 디지털 도면을 수정하고 전송하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제품을 제작할 수 있게 한다.

기존 제조 공정은 금형을 제작해 주물을 찍어내고 용접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패턴이었다. 이런 방식은 대량 생산에 적합했다.

지금은 소비자 요구사항이나 수요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시대다. 디지털과 네트워크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극이 좁혀지면서 수요자가 원하는 형태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디맨드(On Demand)'가 강하게 확산되고 있다. 기존 대량 생산 방식으로는 소비자 요구를 수용하는 맞춤형 제품 생산에 한계가 있다.

3D 프린팅이 주목 받은 이유는 맞춤형 소량 생산 길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컴퓨터로 디지털 3D 도면을 수정하면 바로 개선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또 3D 도면을 인터넷 전송하면 세계 어디에서나 3D 프린터로 즉시 만들 수 있다. 3D 프린팅은 제조업을 디지털화하고 인터넷을 통해 글로벌 생산, 유통, 소비를 가능케 한다.

3D 프린터가 맞춤형 소량생산 길을 연다면 스마트공장은 대량 맞춤 생산 시대를 오게 할 수 있다. 이른바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대량 맞춤 생산)'이다.

협의의 의미에서 스마트공장은 자동화된 공장이다. 센서, 정밀제어, 네트워크, 데이터 수집·분석 등을 통해 공정 자동화와 지능화를 끌어올려 생산 효율성을 추구한다. 광의의 개념에선 스마트공장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다양한 고객 요구를 제조에 반영하는 것이다.

대량생산에 최적화된 공장 자동화나 유연 생산 시스템이 아니라 다양한 첨단 기술을 통해 생산방식을 수요자 중심으로 완전히 바꿔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팩토리다.

아디다스는 독일 본사 부근에 로봇 생산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스피드 팩토리'를 설립했다.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해서 발 모양을 측정하고 디자인을 정하면 5시간 만에 딱 맞는 신발을 만들어낸다.

아마존은 고객이 주문하면 옷을 만드는 주문형 의류 생산 시스템 특허를 등록했다. 섬유 프린터, 재단, 바느질 라인을 갖추고 카메라를 통해 재단 오류나 생산 착오를 잡아내는 똑똑한 공장이다.

아디다스 신발 제조 공장 이미지(출처: 아디다스)
<아디다스 신발 제조 공장 이미지(출처: 아디다스)>
아마존이 등록한 주문형 의류 생산 시스템 특허(US9623578) 도면(자료: 미국특허청)
<아마존이 등록한 주문형 의류 생산 시스템 특허(US9623578) 도면(자료: 미국특허청)>

◇공정 혁신 차원을 넘어 플랫폼까지 아울러야

미래 제조는 맞춤 생산으로 요약된다. 규격화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체계가 아니라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맞춤 생산이 핵심이다.

이를 지향점 삼아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하거나 IoT, AI, 네트워킹, 보안 기술 등을 고도화하는 노력이 한창이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일본의 '4차 산업혁명 선도전략', 중국 '제조2025' 등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독일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로봇혁명이니셔티브 협의회, IoT추진컨소시엄, IV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민·관 협력 추진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제조업 발전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 혁신 시선이 공장이나 제조 그 자체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프랑크 필러 독일 아헨공대 경영경제학 부학장 겸 기술혁신관리그룹장은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을 위해서는 스마트팩토리와 같은 제조 공정의 혁신도 중요하지만 플랫폼 기반 사업 모델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초청으로 최근 방한한 필러 교수는 '스마트 아기 젖꼭지'를 사례로 들었다. 스마트 젖꼭지는 휴대폰을 통해 아기 현재 정보를 부모에게 제공한다. 체온이나 입 움직임 등을 측정해 아기가 울기 7분 전에 배고픔을 알려주는 식이다. 부모는 아이가 울기 전에 주방으로 가서 우유를 데워 먹일 수 있다.

단순히 젖꼭지만 제조해서는 나올 수 없는 형태의 제품이다. 소비자 본인도 알지 못한 요구는 물론 애플리케이션(앱), 데이터, 통신 등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이 바탕에 깔려 있다.

필러 교수는 독일 농기계 제조업체 사례도 소개했다. 클라스(CLAAS)라는 회사는 트랙터·파종기에 스마트 기능을 도입했다. 스마트공장처럼 자사 기계를 연결시킨 것이다. 그러나 농기계 소비자, 다시 말해서 농부들은 부족해 했다. 기상정보나 관개시설 등과도 연계되거나 통합됐으면 하는 요구가 존재한 것이다. 제조사의 시각과 사용자의 관점이 달랐고, 결국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는 사례가 됐다.

필러 교수는 “독일 기업들도 플랫폼의 중요성을 모두 잘 아는 것은 아니어서 플랫폼 구축보다 기존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플랫폼은 오픈 형태가 돼야 하고, 데이터를 개방해 생태계를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국가별 제조혁신 정책(출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주요 국가별 제조혁신 정책(출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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