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집 Ⅲ][전문가제언]혁신적 금융규제 체계 마련 시급, 규제항목 최소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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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젬마 경희대 교수
<이젬마 경희대 교수>

4차 산업혁명이 금융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첫째 IT기업 등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금융과 비금융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금융규제 체계가 이런 변화를 수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규제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핀테크와 인공지능(AI) 출현으로 기존 금융권 점포의 축소와 단순·반복되는 일자리 감소가 예상된다. 노년층을 중심으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신(新) 금융문맹 문제도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빅데이터 활용 능력이 금융회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빅데이터 접근 및 활용문제를 둘러싸고 금융경쟁력 제고 및 새로운 금융서비스 출현 등 많은 긍정 측면을 강조하는 입장과 개인정보 해킹 등 사이버 범죄 증대 등 부정적 측면을 중시하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셋째 금융시장 구조가 수요자 선호를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금융플랫폼 선점이 중요해졌다. 플랫폼 선도기업의 승자 독식 구조가 고착화되면 기존 금융회사 수익감소 및 시중자금 쏠림 등으로 인해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 할 가능성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 활용으로 금융거래 정보 분산처리방식이 정착되면 중앙집중방식으로 설계된 기존 인프라 및 규제에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신정부가 발표한 국정과제를 보면 변화에 걸 맞는 금융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지만 모든 정책이 '일자리'로 귀결되는 J노믹스에서도 고민과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상이 축소됨과 동시에 금융위는 위원회에서도 제외됐다. 금융을 타 산업 및 서민·취약계층 지원에만 초점을 맞출 뿐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새로 대두되는 문제에 대처해 나갈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금융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혁신 금융규제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열거주의식(Positive) 규제에서 포괄주의식(Nagative) 규제로 바꿔야 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를 없애는 등 규제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혁신 창업기업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시범 적용할 수 있도록 금융 규제 테스트베드도 시도해 볼 만하다. 개인 식별정보를 제외하고는 빅데이터를 자유롭게 수집·처리·활용할 수 있도록 각종 법규 정비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물론 개인정보 유출에 엄중한 책임을 부과해야 할 것이다. 핀테크 등 혁신기업 금융업 진출을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인허가, 영업행위 및 건전성 규제 적용과 관련해 예외를 인정하는 특별법 제정도 검토할 만하다.

금융은 실물을 선행한다. 금융 산업은 미래 기대가치를 반영함으로써 실물경제의 거울 혹은 선행지표가 된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왜곡이 생긴다면 그 불확실성은 실물에 전이되고 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 시대에 맞는 유연한 금융 정책이 중요하다.

이젬마 경희대학교 교수 gemma.lee@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