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집 Ⅲ]<6>금융산업 '메기' 핀테크 규제 패러다임 전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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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서비스산업은 지난 100년보다 향후 10년 사이 더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그 변화는 신생기업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벤처투자 리서치기업인 CB인사이트 아난다 산월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금융 산업 변화는 기존 은행, 자본시장과 새로운 핀테크 스타트업 양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예대 마진'과 수수료(브로커리지) 위주 기존 금융업계는 핀테크기업의 도전을 받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출범으로 은행권 수수료 인하 효과는 물론 사용자 중심 인터페이스(UI) 개선 변화도 빨라졌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출범으로 은행권 수수료 인하 효과는 물론 사용자 중심 인터페이스(UI) 개선 변화도 빨라졌다.>

상반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소비자는 수수료 낮은 금융서비스에 눈떴다. 개인과 가계 '금리절벽'으로 불리던 중금리대출 시장도 P2P금융업체와 인터넷전문은행이 뛰어들고 있다.

뒤늦게 시중은행이 수수료와 대출 금리를 낮추고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서비스와 투자은행(IB)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감독·보호 위주 금융정책, 미래가 없다

금융은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정부 추진력이 중요하다. 현재 정부 정책은 금융 산업 구조변화를 미리 내다본 정책이 아닌 감독·보호 기능에만 매몰됐다는 지적이다.

정권마다 바뀐 금융허브·녹색금융·기술금융 수혜만 강조한 금융정책도 문제다. 정책 목표에 성과 달성만 남아 생태계 조성이나 기업 환경 개선 등의 세부과제는 뒷전으로 밀린다.

금융 산업 자체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신성장 산업이라는 인식 아래 정부와 업계가 규제 개선에 나서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만으로 풀리지는 않는다.

박스 밖만 벗어나면 나열식 규제에 포섭되기 때문에 각종 비즈니스 모델이 한시적일 수 밖에 없다. 시급한 규제 개선 과제는 우선 해결하고, 기업 성장단계별 장기 전략이 나와야 한다.

이젬마 경희대 교수는 “산업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은행은 자체적으로 핀테크를 도전하고 경계선 상에 새로운 상품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금융이 다른 산업을 뒷받침하는 산업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앞장서서 금융 산업 메기 역할을 할 핀테크 기업 규제 애로를 해소하고,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에 따른 후폭풍으로 시중은행들이 수수료를 내린 것이 메기효과의 대표 사례다.

◇지급결제·해외송금·비대면 등 핀테크 '대못'

기존 대형 금융기업에게 '신발 속 가시' 수준 규제도 핀테크 스타트업은 존폐를 결정하는 '대못' 규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블록체인 등 각종 기술이 출현했지만 우리 입법 체계가 기존 대면·서류·인증서 중심인 것도 개선돼야 한다. 10년을 내다본 금융·자본시장법 개정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규제 패러다임을 원칙 중심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투자 가능한 금융투자상품만 일일이 열가하는 현행 규제로는 창의적 금융혁신은 물론 각종 규제 공백까지 발생할 수 있다.
<규제 패러다임을 원칙 중심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투자 가능한 금융투자상품만 일일이 열가하는 현행 규제로는 창의적 금융혁신은 물론 각종 규제 공백까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재무안정성만 고려한 금융정책 폐해를 지적했다. '대마불사'식 금융시장 구조 문제가 굳어지면서 금융소비자 편익은 오히려 축소됐다.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의 지급결제 서비스 대부분이 개별 금융기관의 종속된 형태로 이뤄지는 사례가 문제다. 시중은행 일방의 의사나 비용 문제로 서비스 중단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고객과 만나지 않고 온라인에서 예약을 맺고 자산을 운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는 비대면 일임서비스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장애다. 자산관리서비스에서도 본인인증, 계약체결, 계약서 송부 등 오프라인 지점 없이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온라인 소액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크라우드펀딩도 여전히 규제로 인해 발전이 더딘 실정이다. 크라우드펀딩 발행 한도는 연간 7억원으로 제한, 일반투자자는 연간 동일기업 200만원, 연간 누적한도를 500만원으로 한도를 설정해 투자기회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이후에도 이익실현을 위한 투자 전매제한도 발목을 잡는 요소다. 이 같은 애로사항을 폭넓게 듣고 투명하게 진행하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 규제해소, 기업 미래전략 함께 가야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구조변화에 대해 금융업계 자체적 변화와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산업에서 벌어지는 부작용에 대해 미리 리스크(위험)에 대비해 시나리오를 세우고 구제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조건 규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낙관하는 것이 아닌 변화에 대한 전략과 체계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핀테크 스타트업 성장 문제는 단순 규제만이 아니라 산업전반의 문화나 수익모델, 마케팅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적용됐다”면서 “기술인재를 적극 채용하고, 금융회사 스스로 변화에 대한 미래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지금 인터넷은행도 단순 비대면 결제나 수수료 이익이 조금 더 나은 수준으로 제공하는 데서 그쳐선 안 된다”며 “획기적 서비스 기술이 돼야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며, 시장에서도 인내심과 리스트 대응책을 가지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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