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37>연애 커뮤니케이션(2)-내 얘기 좀 들어봐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37>연애 커뮤니케이션(2)-내 얘기 좀 들어봐

이 팀장은 소개남이 자기 얘기만 하는 것에 화가 났다. 만나면 회사에서 있었던 일, 묻지도 않은 일을 소상히 전달한다. 수다스러운 남자는 매력 없다. 할 말 없다고 자기 얘기만으로 둘의 시간을 점유하는 건 기술 부족이 아니라 기본 부족이다.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를 싫어하는 건 경험이 없으니 공감도 안 되는 거다. 공감의 기술이란 별게 아니다.

남자:“어떤 음악 좋아하세요?”

여자:“주로 우리나라 가요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남자:“그렇군요. 그럼 음식은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 좋아하는 색깔은요?”

흔한 '호구조사'는 사절이다. 남자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느냐고 물은 후 답만 듣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음악과 상관없는 음식과 색깔 질문이 연달아 나왔다. 대화가 뭔지도 모른다. 이런 남자는 세상에 없다고 하겠지만, 의외로 많다.

남자:“어떤 음악 좋아하세요?”

여자:“주로 해외 팝보다 우리 팝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남자:“저도 K-POP 좋아해요, 최근에 저는 가수 OOO에 빠졌어요. 음색이 특이하고 가창력이 뛰어나더라고요. 저랑 콘서트하면 같이 가시죠.”

질문은 따로국밥처럼 하는 게 아니다. 음악에 관한 질문을 했으면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꺼내고, 공감을 찾는 게 맞다. 질문을 위한 질문이 아니라 상대를 알기 위한 질문이어야 한다. '이름이 뭐예요?' '직업은?' '나이는?' '고향은요?' '취미는요?' 이렇게 연이어 묻는 건은 질문이 아니다. '나는 질문할 테니 너는 진실하게 답하라'는 뜻이다.

마음에 드는 상대일수록 공통점을 찾는 게 사람 심리다. 공감하는 면적이 넓을수록 둘의 사이는 신뢰가 쌓인다. 대화는 호흡이다. '호흡이 잘 맞다'는 표현은 상대를 좋아한다는 일종의 고백이다.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37>연애 커뮤니케이션(2)-내 얘기 좀 들어봐

세련된 대화 기술의 핵심은 깊이다. 여자가 원하는 건 자신에 대한 관심이다. 한 가지 주제로 상대의 관심, 호불호, 성향 등 정보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 좋다. 여러 가지를 얕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한 가지를 깊이 있게 대화하면 진정성이 느껴진다.

호감이 있다면,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학습해야 한다. 여자가 말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고 여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여자를 학습할 정보는 그녀 입에서 나온다.

말 주변도 없고 무슨 얘길 꺼내야 할지 모른다고? 그렇다면 여자의 옷차림, 화장, 헤어스타일에 대해 칭찬해보라. 오늘 옷을 아무거나 입고 나왔다, 화장이 잘 안 됐다,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안 든다고 투정을 해도 무조건 얼굴이 예뻐서 괜찮다고 말해주면 된다. 예쁘다는 말 싫어하는 여자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제 눈에 안경이니 죄책감도 없다. 데이트할 때 여자는 얼굴도 옷도 헤어도 모두 신경 쓰고 나온다.

“그 사람 말로만 저를 좋아한다고 해요. 말로는 뭘 못하겠어요.” 선물 받고 싶다는 말이다. 장미 한 송이, 김연아 목걸이, 오페라 공연티켓 하나에서 사랑의 의미를 찾는 게 여자다. '의미 있는' 선물에서 사랑의 증거를 찾는다. 선물이 곧 속물이라 생각하면 영원히 여자 마음을 얻기 힘들다. 꽃반지와 1000개의 종이학은 빼고. 가내수공업식 선물은 욕만 먹는다. 선물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마음이 통하는데 무슨 선물타령이냐고? 개리채프먼이 쓴 '5가지 사랑의 언어'에 선물이 있다. 마음만 얻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결혼기념일에 뭘 해야 할지 모를 확률이 크다. 사랑하는 이에게서 받는 선물은 언제나 넘치는 행복이다.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