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집 Ⅲ]이것부터 바꾸자<9>에너지 발전·판매 허용 결론 내려야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반쪽만 개방된 기형적 시장'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지금까지 에너지 업계와 전문가가 내린 국내 전력시장에 대한 평가다. 정부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부문만 민간에 개방했다. 이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소매부문은 공기업인 한국전력 독점으로 묶어 놓았다. 전력시장은 시장인 듯 시장이 아닌 이상한 형태로 고착화됐다. 이제 한계점에 왔다. 신재생에너지 같은 소규모 단위의 새로운 발전원과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따른 스마트그리드 시대가 도래했다. 금기로 여겨졌던 발전·판매 겸업 허용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1년 넘게 계류 중인 소규모 전기공급사업법

지난해 6월 정부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대 국회 출범 이후 전기사업법 개정안으로는 첫 스타트를 끊었다. 법안은 △전기자동차충전사업 △소규모전기공급사업 △소규모전력중개사업 도입 3개 내용을 담았다.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 새로운 전기 관련 장치산업 육성과 시장 조성을 위한 것이었지만, 제한적으로나마 발전과 판매를 동시에 허용하는 것이어서 관심을 받았다.

LG화학 익산공장의 ESS 운영센터.
<LG화학 익산공장의 ESS 운영센터.>

사실상 15년 넘게 이어 온 전력시장의 금기를 깨는 시도였지만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법안 통과를 예상하고 준비했던 일부 시범사업도 개점휴업 상태다. 발전판매 겸업 금지의 장벽을 넘기 위해 '소규모'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허용여부를 두고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반 개인이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발전한 전기를 이웃집 등 다른 소비자에게 바로 판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중개사업은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저장장치(ESS) 등에서 소규모 전력자원을 모아 관리하고 이를 전력시장에 거래하는 것이다. 소규모 신재생 사업자가 직접 전기를 팔만한 고객을 찾기 힘든 경우 이들 사업자를 통해 거래 대행서비스 식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늘면서 새롭게 등장한 '에너지 프로슈머(에너지 소비와 생산을 함께하는 고객)' 비즈니스 모델 정착을 위한 기초 법안이다.

최대 난관은 전력 판매시장에 한국전력 이외의 또 다른 사업자 진입 허용 여부다.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 당시에 발전부문만 민간에 개방했던 이유는 소매시장의 경우 국민이 그 영향을 바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전기요금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에 해당시장을 개방하면 전기수급 신뢰성과 요금 안정성은 물론 전기 민영화라는 커다란 저항에 부딪힌다.

시장개방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재생에너지를 전국단위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프로슈머를 비롯한 민간 참여가 필요하다. 수익을 낼 수 있는 판매시장이 막혀 있다면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반면 발전판매 겸업사업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전력공급과 가격안정 측면에서 강력한 안전대책이 필요하다.

◇전력판매시장 개방, 전기요금 문화 변화가 관건

전기판매시장에 한전 이외의 사업자가 등장한다는 것은 시장 플레이어 다양화를 넘어 전기요금 다양화까지 의미한다. 현재 주유소와 지역 도시가스사업자별로 휘발유·경유와 도시가스 소비자가격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은 그동안 전국 단일 가격의 전기요금을 지불했다. 요금수준은 정부가 정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판매시장에 한전이라는 단일 공기업 사업자만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발전시장에도 공기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보니 전국 단일요금으로 전기요금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했다. 앞으로 원전과 석탄화력 비중이 줄고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개별사업자가 늘어나면 가격변동을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에너지 업계는 정부가 전력산업 정책방향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처럼 규제산업으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시장경제체제를 확립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이에 맞춰 전력거래시장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시장경제체제로 전환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지금처럼 정부가 에너지원별 설비 비중에 관여하지 않아도 경쟁체제가 갖춰지면 된다. 경제성은 물론 안전성, 환경성, 수용성까지 고르게 경쟁력을 갖춘 사업이 전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장 개방에 따른 전기공급 안정성 문제는 전기+ICT 융합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해법으로 제시된다. 이제는 통신사, SI, 에너지절약전문기업이 고객의 에너지 사용량을 모니터링 하며 최적 컨설팅을 한다. 수많은 신재생에너지와 ESS의 전력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이미 시장은 발전과 판매 겸업이 가능한 시장에 대한 준비가 됐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에너지 시장은 산업구조는 물론 상품까지 정부 간섭이 너무 많아 혁신에 한계가 있다”며 “시장 감시기능 강화와 비대칭 규제를 통한 초기 경쟁구조 조성이 이뤄진다면 발전·판매 겸업을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말도 안되는 가격!! 골프 풀세트가 드라이버 하나 값~~ 59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