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별기획]4차산업혁명, 교육부터 바꾸자<상>특별인터뷰: 벤 넬슨 미네르바스쿨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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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배워야 할 것을 배운다.'

너무나 당연한 말에 깊은 울림이 느껴진다. 당연한 명제가 현 교육 시스템에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학생이 배워야 할 것을 가르친다는 미국 미네르바스쿨은 2014년 개교 이후 3년여 만에 세계에서 가장 '핫(hot)'한 대학이 됐다. 캠퍼스 없이 기숙사만 있는 대학, 7학기 동안 세계 7개 도시에 거점을 두는 기숙사, 100% 온라인으로만 이뤄지는 수업…. 교육계의 이단아라고 불릴 만큼 파격, 혁신적인 학교다.

미네르바스쿨의 벤 넬슨 설립자는 스스로를 '게임 체인저'라 불렀다. 기존 대학과 교육기관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기존 교육시스템에 '낭비'라는 도발적인 단어도 서슴지 않았다.

미네르바스쿨의 교육 시스템은 이르면 내년 9월 다른 대학에도 도입된다. 벤 넬슨 설립자는 “내년 9월께 유수 대학에서 미네르바 교육시스템을 활용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전했다.

전자신문은 지난 달 방한한 벤 넬슨 설립자를 만나 그의 교육 철학을 들었다. 다음은 벤 넬슨과의 일문일답.

-학교와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가.

▲수업은 화상회의시스템과 유사하다. 항상 카메라를 활용한다. 전 세계에서 온 학생이 함께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수업은 오로지 온라인으로만 진행된다. 학생이 어떤 발표를 하는지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알고리즘을 돌린다. 교수 PC 모니터에는 누가 더 발표하고 덜 하는지 그래프로 표현된다. 교수는 일방적으로 4분 넘게 말하지 않는다. 학생을 불러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교수 채용도 다른 대학과는 다르다. 한 쪽을 깊게 팔 수 있는 교수를 채용한다. 개념이 완전히 상반되더라도 양쪽 시각의 교수를 모두 채용해서 학생이 수업을 듣도록 한다. 학생이 개방된 마음으로 포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미네르바에서는 정년 보장이 없다. 그때그때 포괄적으로 모아서 교육을 한다고 보면 된다.

-독특한 기숙사 운영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학생이 배운 지식을 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배운 것을 응용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사이버공간이 아닌) '실제 세상'에서 살게 한다.

모든 학생이 입학 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년을 지낸다. 다른 대학처럼 체육관이나 식당, 박물관, 미술관도 없다. 하지만, 진짜 슈퍼마켓과 진짜 공원은 갈 수 있다. 실제 그 환경에 들어가서 그 시민처럼 살기 때문에 그렇다.

각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문화에서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다. 서울·하이드라바트(인도)·런던(영국)·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타이페이(대만) 등에서 4개월씩 생활한다. 대학은 도시에 위치하거나 대학 자체가 타운을 형성하기도 한다.

모든 학생이 꼭 지정된 건물에 살 필요는 없다. 이번 학기 서울에 온 학생 가운데 작가나 시인이 되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다. 그래서 많은 예술가와 만날 수 있는 지역에서 따로 자취하기로 했다.

도시를 선택할 때는 기본 요건이 있다. 안전·규모·개방성·재미가 있는 도시이면서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어야 한다. 한국은 작은 영토를 갖고 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성공한 나라다. 산업·문화·과학에서 진보를 거듭했다.

-무엇을 가르치나

▲'마인드'를 가르친다. 어떤 주장에 대한 비판은 다양하게 이뤄진다. 논리적인 사고로 반박할 수 있고, 통계수치를 이용하기도 한다. 각 방식은 장단점이 있다. 어떤 점을 이용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이런 것을 모두 합쳐서 '마인드'라고 부른다.

일례로 통계 방법론을 가르치기는 쉽다. 하지만 어떤 통계 분석 방식을 선택할까를 직관적으로 알게 하기는 어렵다.

하버드에 있는 친구가 물리학 입문을 비전공 학생에게 가르치면서 야구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 후 시험에는 축구를 예로 들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하버드 학생이 불평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 맥락에서 가르쳐야 한다. 개념이나 습관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

미네르바는 일부러 의도적으로 이런 종류의 개념을 서로 다른 다양한 맥락에서 적용하고 응용하는 것을 가르친다. 그래서 뇌가 아이디어 자체를 내재화하고, 그 개념이 가지고 있는 일반화 개념까지 갖도록 한다.

-대학이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할까.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사고와 마인드를 개발하는 곳이다. 실질적으로 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지 직업을 위한 지식을 습득하는 곳은 아니다.

불행하게도 이것은 잘못됐다. 마인드가 전달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학 전공자들은 고정비용에 대한 강의를 들어도 대인관계에 접목하지 못한다.

이런 조사도 있다. 공항에서 비행기 이착륙을 유도하는 사람들은 컴퓨터 시대 전에는 수작업으로 시간을 계산하고, 기후변화까지 감안해 이착륙을 허가했다.

상당히 힘들고 전문적인 작업이다. 하지만 이들이 얼마나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지를 조사해보니 오히려 다른 분야 종사자보다 낮게 나타났다. 그들의 의사 결정 방법이 다른 곳에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는 마인드를 가르쳐야 한다. 좀 더 시스템화하고, 의도적인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학생은 어떻게 선발하는가

▲미네르바만큼 다양한 학생이 있는 대학은 없다. 전 세계 학생들이 지원한다. 사회·문화·경제 배경도 다양하다. 정원은 없다. 자격이 있다면 지원자 모두를 뽑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 대학이지만 학생의 20%만 미국인이다.

미국 내에서도 인종차별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네르바는 지적 능력만 본다. 물론 기준은 매우 높다.

미네르바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우선 고등학교 성적이 매우 뛰어나야 한다. 교외 활동을 통해 열정을 보여줘야 한다. 면접시험도 있다. 선발 프로세스도 매년 바뀌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학생이 준비하기에 유리하지도 않다.

미네르바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스탠포드·하버드에도 붙는 경우가 많다. 학생이 부모를 설득하기 어려워한다면 대학이 직접 학부모를 만나 설득한다. 우리 시스템을 자세히 설명하면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3기를 시작했는데 세계 각지에서 2만4500명이 지원했다. 입학률이 2% 수준이다. 3기는 250년 역사를 갖고 있는 아이비리그 대학보다 경쟁률이 더 높았다.

-기존 대학과 수업 커리큘럼은 무엇이 다른가.

▲수업 수는 훨씬 적다. 다른 대학이 하는 두 가지 형태의 수업은 안한다고 보면 된다. 첫째가 입문 과정이다. 수천달러의 돈을 내고 학생이 입문 수업을 듣도록 하는 것은 낭비다. 범죄에 가깝다. 캘리포니아 대학을 보면 매년 9만5000여명이 입문 수업을 듣는다. 등록금 평균을 계산해 보면, 입문 수업을 위해 2000달러를 낸다. 2억달러가 입문 수업에 사용되는 셈이다. 입문 수업은 온라인에서 공짜로도 배울 수 있고 책을 읽어도 배울 수 있다.

두 번째는 교수진의 취미에 가까운 수업이 미네르바에는 없다. 어떤 대학에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정원을 가르치고, 또 어떤 대학은 르네상스 정원을 가르친다. 이렇게 나뉘는 이유는 하나다. 교수의 관심 분야인 것이다. 학생이 배워야 하는 것을 가르치는 게 아니다.

미네르바는 꼭 배워야 하는 아이디어를 가르친다. 어떤 특정 분야의 최상위에서 학생이 공부하기 원하는 것을 가르친다. 교수 1명과 학생 3명을 연계한다. 무엇을 배울 것인지 수업 계획을 마련하도록 한다.

-미네르바가 성공한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하는가.

▲미국에는 대학 학습 평가가 있다. CLLA라는 시험인데, 대학에서 당연히 배워야 할 것을 잘 가르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의사소통, 비판 능력 등을 평가한다. 보통 4년 동안 학생이 대학에서 얼마나 발전했나를 보기 위해 1학년과 4학년 학생이 시험을 본다. 대부분 대학이 큰 발전이 없다.

우리는 아직 졸업을 앞둔 학생이 없어서 8개월 만에 시험을 보도록 했다. 처음에 96%였던 학생이 8개월 후 99%로 성과가 올라갔다. 물론 처음부터 워낙 뛰어난 학생들이긴 하다. 하지만 다른 대학 4학년 학생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미네르바 교육이 앞으로 20년 후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생각해 봐라.

문보경 산업정책부(세종)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