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별기획]한국형 4차 산업혁명 액션플랜을 제안하며

#1. 벤 넬슨의 꿈

개교 3년 만에 세계 대학가에 교육 혁신 바람을 불러일으킨 미네르바스쿨 창립자 벤 넬슨. 20여 년 전부터 그는 학생이 주도하는 대학 교육을 꿈꿨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수업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제도가 못마땅했다. 시간이 흘러 세계 어디에 있든 유명 교수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는 시대가 됐다. 학생의 수업 참여도를 분석하고 심화학습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도 만들 수 있다. 20여 년 전 꾸었던 벤의 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현실이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 독일 정부의 바람

일자리가 모든 것의 기준이 되는 독일 정부. 시장과 값싼 기술력을 찾아 독일을 떠나갔던 기업이 다시 독일로 돌아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줄 것을 바란다. 해법은 스마트공장 시스템이다. 아디다스를 시작으로 더 많은 기업이 독일로 돌아와 공장을 세우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3. 스타트업의 미래

30대 초반의 한국 여성 이혜림(영국명 모니카 리)은 글로벌 기업을 만드는 꿈을 꿨다. 같은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가라도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글로벌 기업을 창업하고 한국에서는 만년 중소기업에 머문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겠다는 영국 정부의 지원 속에 영국에 둥지를 텄다. 그가 창업한 프론트로(Frontrow)는 5000명이 넘는 뮤지션의 안전한 계약관리를 지원하는 핀테크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개인을 넘어 기업의 꿈, 정부의 바람도 실현되고 있다. 상상과 꿈은 현실이 됐다. 기술은 상상과 현실을 이어준 다. 수십년 동안 허공 속에 머물던 상상과 꿈은 기술 혁신을 타고 현실이라는 땅에 발을 디뎠다.

4차 산업혁명은 더 이상 허구가 아니다. 다음 세대에나 올 머나먼 미래도 아니다. 이미 선구자의 액션은 시작됐다. 각국 정부까지 동참했다. 선구자의 개척시기도 지났다는 뜻이다. 이제는 더 이상 미래 그림만 그릴 시점이 아니다. 단기, 중장기 계획에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전자신문은 창간 35주년을 맞아 해외 동향을 심층분석하고 전문가 논의를 통해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 그림판을 그릴 단계가 아니라 실행에 옮겨야 할 때'라는 결론을 내렸다. 창간 35주년 특별기획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 개인에게 현재와 미래의 동력이 될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액션플랜'을 제안한다.

먼저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이 될 8대 산업(제조업, 소프트웨어, 바이오헬스, 통신, 에너지, 콘텐츠, 유통, 금융)의 강점·약점·기회·위기(SWOT) 요인을 분석했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상이 가장 큰 7대 분야를 선정해 미래를 조망했다. △메이커스 시대로 접어드는 제조 △스마트시티로 전환되는 도시 △자율주행차와 드론 확산에 따른 교통 변화 △디지털 교육 플랫폼 도입에 따른 교육의 변화 △국민맞춤형서비스가 가능해진 지능형 정부 △새로운 직업군이 부상한 일자리 △정밀의료·맞춤형복지를 통한 의료·복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핵심 산업의 SWOT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가 실행해야 할 '퍼스트 무브'를 선정했다. 11대 핵심 기술과 5대 부품, 시장을 키울 7대 차세대 서비스 등이 우리가 먼저 움직여 주도권을 잡아야 할 분야다. 11대 핵심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을 구성하는 요소기술이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양자기술, 유전체기술, HCI, 블록체인, 생체인증, 산업용 로봇, 서비스로봇,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이다.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구현할 5대 부품은 차세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나노소재, 첨단부품 등이다.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7대 서비스로는 5G, 디지털헬스케어, 디지털교육, 차세대 방송, 초실감 콘텐츠, 차세대 금융, 공유경제를 선정했다.

4차 산업혁명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누구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흐름이다. 혹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유독 한국에서만 과대 포장됐다며 우려를 표한다. 맞는 지적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아니다. 이를 무엇이라 칭하든 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흐름이 몰려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에 함몰돼선 안 되지만 반대로 외면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한 발 앞서 움직이는 '액션플랜'이다.

문보경 산업정책부(세종)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