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별기획]국회 상임위원장 인터뷰<3>장병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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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국민의당 의원)은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등 현 정부 주요 정책의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긴 호흡의 국정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5년인데 정책이 너무 급진적이라는 주장이다.

산업위 최대 현안인 탈원전 정책을 두고는 “지향할 가치지만 당장 정책이 될 순 없다”면서 “원전 비중은 20%대까지 낮추되 신규 원전 계획도 만들면서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 대응 컨트롤타워로 내세운 4차산업혁명위원회 구성을 놓고도 쓴소리를 했다. 장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이 융복합인데 정부가 기존 전통산업과 신기술의 연결을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정부의 '산업정책 실종' 문제와 관련해선 “산업부가 마치 '에너지부'가 된 듯 산업정책을 외면했다”면서 “기존 주력산업 구조조정에 깊숙이 관여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지적했고, 앞으로 국회 차원에서 산업정책을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감핵(減核)'으로의 전환을 주장했는데.

▲정부가 '탈원전·탈핵'이라고 표현하면서 '원전 완전 퇴출' 논쟁에 직면했다. 현재 에너지 패러다임의 문제는 정책의 '속도'다. 탈원전을 추진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충돌 양상이 되선 안 된다. 원전 가동 비율을 낮추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탈원전·탈핵 표현이 편견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기에, '감핵'으로 표현하는 게 좋다고 본다.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 결정을 위한 공론화 방식에 대한 의견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독일은 공론화 과정에만 25년이 걸렸고, 스위스는 33년 간 5번에 걸쳐 국민투표를 했다. 전문가의 치열한 토론 없이 정권 차원에서 결정하는 모양새는 우려스럽다. 정부와 국회, 전문가 등의 소통과정 역시 중요하다. 공론화 위원회와 일반 시민 참여단의 의견이 정리되더라도 결국 에너지 정책에 대한 책임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있다. 정부는 국회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소통도 공론화 과정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반을 평가한다면.

▲국가 에너지 정책에 있어 경제 급전만이 아니라 환경과 국민 안전을 고려한 에너지정책으로 전환해야한다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일명 장병완법)을 작년 말, 산업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런 방향성을 8차 전력수급계획과 에너지기본계획에 반드시 반영하도록 했다. 이것이 앞서 언급한 '감핵'에 대해 여야가 합의한 방향성이었다.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성과 다르다고 보지 않는다.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론화 과정이 중요하다. 에너지 정책에서 최종 결정은 정부가 내리지만 산업위도 참여해야한다. 국회 논의가 공론화 과정의 일부가 아닌 필수가 돼야한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지만 산업진흥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경제정책의 최우선으로 삼았다. 막상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국내 산업 진흥정책은 손을 놨다. 정부가 산업부 업무 가운데 신고리 5·6호기 문제 등 에너지 정책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산업 진흥이나 산업 구조조정 등 산업분야를 총괄하는 역할에 무심하다는 의미다.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선 산업경쟁력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 그동안 산업부는 국내 기업 해외이전·매각, 통상임금 판결 결과가 국내 산업에 미칠 파장 등 산적한 산업 현안에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단순한 부실기업 정리 차원의 재무구조개선이 아닌 일자리 유지·창출과 직결된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금호타이어를 비롯한 동부제철의 해외 매각문제도 주력산업에 대한 자세한 산업정책보다 채권단의 단기 재무적 판단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있다. 지난 상임위 회의에서 이런 부분을 지적했고 산업부도 대안 마련에 들어갔다.

-7월 국회에서 LPG 사용제한 규제 완화 개정안이 의결됐는데 여야 의원 상당수가 추가 규제 완화 개정안을 발의했다. LPG 사용제한 규제 추가 완화 가능성이 있나.

▲미세먼지의 원인 중 하나로 경유차 배출가스가 지목된다. 대안으로 LPG차량 활용 주장이 제기됐다. LPG차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거의 없고, 미세먼지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 역시 경유차의 30분의 1에 불과하다. 선진국에서는 LPG차량이 대기오염물질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아 친환경차로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전기자동차 보급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한시적으로라도 LPG 규제를 완화해 친환경 LPG차 시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국정감사 등 정기국회에서 산업위 현안은 무엇인가.

▲최대 이슈는 한·미 FTA 개정 협상이다. 미국 측과 양자채널을 통해 협의하는 한편, 우리와 유사한 입장의 국가와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 대한 중단 촉구 결의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상임위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 비중 축소와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의 적정선도 판단해야 한다. 발전차액보전제도(FIT), 신재생의무할당제(RPS) 관련 법안,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참여 여부 등 이슈가 즐비하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신산업 육성 정책 마련을 비롯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지역상권 활성화,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법안도 쟁점이다.

-한미 FTA 개정협상 관련 조언이나 주문이 있다면.

▲최근 자유무역주의와 다자무역 기조가 일부국가의 보호무역 움직임으로 인해 약화될 조짐을 보인다. 우리나라도 미국으로부터 FTA 재협상 통보를 받았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양국 모두에게 상호 이익이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이 제기하는 무역수지 불균형은 양국의 경제·산업 구조 차이와 경기 순환 때문이다. 단순히 한·미 FTA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 객관적 자료를 통해 한미 FTA가 상호 호혜적 이익 균형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각 국의 경제구조와 상품, 서비스, 투자 등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전략 제언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과거 새로운 산업의 단순한 등장과 다르다. 여러 산업이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융·복합하는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산업혁명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산업정책의 방향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 큰 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산업혁명을 일자리 무덤이라고 하지만 사라지는 직업 만큼 새로운 직업도 등장한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교육과 인프라 마련을 위한 제도적 정비가 요구된다.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동시에 새로운 직업이 나타나기에 기존 지식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직업체계 전환이 필요하다.

-현 정부 들어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의 역할은.

▲중기부 내에 중소기업정책실과 소상공인정책실을 새롭게 설치한 만큼 중소기업 육성과 소상공인 활성화 방향을 환영한다. 하지만 정부 출범 이후 장관 임명이 가장 늦은 곳이 중기부다.

국내 일자리를 책임지는 중소기업과 600만 소상공인을 위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중기부 장관이 단시간에 모든 사안을 파악하고, 정책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최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따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만이 아닌 중소기업, 상공인, 노동자 간의 상생 방안을 제시하는 중기부가 돼야 한다.

◇장병완 위원장은…

장병완 위원장은 국회 내 대표 경제통이다. 1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예산처 예산실장과 차관, 장관 등을 역임했다. 1952년 전남 나주 출생으로, 광주 제일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위스콘신대와 중앙대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광주 동구남구갑에서 3선에 성공하며 단단한 지역기반을 자랑한다. 장 위원장은 엘리트코스를 밟은 경제 관료지만 소탈하고 사람을 잘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상대가 누구든 격 없이 잔을 나누며 소통을 자처하는 애주가기도 하다. 이런 면모 때문에 장 위원장을 평할 때 '형님 리더십'이란 수식어가 자주 등장한다.

상임위 현안과 관련해서도 전문성을 자랑한다. 지난해 대표 발의해 통과된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정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우고 한국전력거래소가 전력시장을 운영할 때 경제성과 더불어 환경, 안전성 등 외부 요인을 반영하도록 했다. 전력시장 변화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정리=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