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vs 反KT, 국회발 필수설비 의무 확대 논란 점화

KT vs 反KT, 국회발 필수설비 의무 확대 논란 점화

광케이블, 관로, 전신주 등 필수설비 제공의무가 통신시장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KT 필수설비 제공 의무를 강화하는 법률안을 추진하자, KT는 시장경쟁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통신시장 필수설비 제도개선을 통한 국민편익 제고' 토론회를 열고 필수설비 개방 의무를 강화하는 법률 추진 계획을 밝히며 논쟁을 촉발했다.

◇필수설비, 유·무선 통신 '모세혈관'

필수설비는 유·무선 통신 모세혈관에 비유할 수 있다. 통신사가 가입자를 네트워크에 연결하기 위해 광케이블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관로·전신주 등 유선 설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민영화 과정에서 국가재산을 인수한 KT는 전신주 93%, 관로 72%, 광케이블 53%를 보유했다. 초고속 인터넷과 유료방송은 물론,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도 기지국을 연결하기 위해 전국에 산재한 KT 필수설비를 이용해야 한다. 광케이블은 20Gbps급 5G 데이터 전송속도를 위한 핵심설비다.

정부는 KT가 필수설비를 독점하지 못하도록 유선통신사업자가 요구하면 반드시 개방하도록 법률적 의무를 부과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서비스와 과도한 활용에 대해서는 예외로 인정, 시장 자율에 맡기고 있다.

◇민주당·反KT “필수설비 통로 개방 확대하라”

민주당은 현행 제도로는 5G 망 조기구축과 초고속인터넷시장 공정경쟁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국정과제로 필수설비 제공 의무 확대를 추진한다.

5G는 28㎓ 대역 등 초고대역 주파수를 활용해 넓은 지역에 촘촘하게 기지국을 구축해야 한다. 특정사업자가 광케이블과 같은 필수설비를 독점한 상황에서 경쟁사 망 구축을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과도한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통사가 경쟁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무선망에도 개방 의무를 부과, 구축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비용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다.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무선망에 대해서도 필수설비 제공을 의무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며 “글로벌 추세에도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필수설비 제공 의무를 약화시키는 각종 제약 조건과 이용 대가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구축 이후 3년이 경과하지 않았거나 2006년 이후 구축한 광케이블에 대해서는 예외로 인정한다. 또 KT가 부과하는 필수설비 이용대가가 글로벌 주요국가에 비해 4.6배 비싸다며 이용대가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에 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와 KT 경쟁사가 가세하면서 진영 간 논쟁으로 확전될 전망이다. SK브로드밴드는 KT가 필수설비를 개방하지 않아 집단상가 등 대형 고객을 놓친 사례가 많다면서 자체 전국망 커버리지 확대를 추진 중이다.

◇KT “필수설비도 경쟁시장, 기존의무 충실히 이행”

KT는 필수설비 제공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민영화 이후 구축한 광케이블은 사유재산으로써 정부가 강제로 의무를 부과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KT는 2010년 '설비정보제공시스템'을 도입해 필수설비 사용요청을 관리한 결과, 제공률이 2012년 71%에서 2016년 96%까지 향상됐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KT는 이통 서비스에 필수설비 제공의무를 부과하자는 주장은 제도 본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필수설비 제공은 재정기반이 취약한 후발 유선사업자 시장 안착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이미 투자여력이 충분한 SK텔레콤 같은 거대 이통사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KT는 이통서비스 필수설비는 도매 시장에서 경쟁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케이블을 53%가량 보유한 KT도 필요에 따라 경쟁사 설비를 빌려 쓴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KT에만 제공의무를 강화해 임대 가격을 낮추면 도매시장에 진출한 세종텔레콤, 드림라인 등 중소 사업자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변 의원은 법률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변 의원은 “현재 필수설비 공동활용은 전기통신사업법 고시에 규정돼 있다”면서 “고시개정을 추진하고, 권한이 미흡하다면 상위법 개정 등 방안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설비독점과 경쟁저해를 막으면서 네트워크 진화와 업그레이드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숙제”라면서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T vs 反KT 필수설비 제도개선 찬반 논쟁>


KT vs 反KT 필수설비 제도개선 찬반 논쟁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