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엔씨소프트 성년이 되다

[데스크라인]엔씨소프트 성년이 되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큰형님 역할론'을 강조한다. 4개월 전 조찬 모임에서 “이젠 큰형님들이 나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게임회사 창업자는 2선으로 후퇴했다. 전문경영인을 둔 채 경영에 직접 나서지 않는다. 게임업계에는 유독 '은둔 경영자'가 많다. 김 의원 역시 여의도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는 은둔 창업자의 한 명이었다.

여의도 진출 이후 제3자 시각에서 게임업계를 바라본 그의 생각은 조금 변한 듯하다.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게임 창업 1세대들이 지금보다 왕성한(?) 활동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의도 눈'으로 게임업계를 바라본 1세대 창업자의 솔직한 심경이 아닐까.

게임은 우리나라 인터넷 경제의 한 축이다. 수출 효자 산업이기도 하다. 콘텐츠 수출의 57%가 게임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보급 35년의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다. 게임 분야 종사자들이 자부심을 품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게임 분야에서 세계 기록을 많이 세웠다. 지구촌 사람들이 오늘도 한국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다. 중국·일본은 물론 멀리 중동·아메리카 지역에서도 인기다. 우리나라는 e스포츠 종주국이기도 하다. e스포츠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코리아' 브랜드의 가치 제고에도 일조한다. 일부 e스포츠 선수의 연봉은 수십억원에 이른다. 웬만한 프로야구 선수 연봉 못지않다.

이처럼 게임은 국가와 산업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게임인의 자존감은 몇 년 전부터 시들해져 왔다. 한때는 게임업체 회원사의 협회 이름에서 '게임'이 빠지기도 했다. 홍길동을 홍길동으로 부르지 못하는 굴욕도 경험했다.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편견은 인재 발굴에도 어려움을 미치고 있다. 지난날 게임은 전자공학과, 소프트웨어(SW) 관련 학과 졸업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한 취업 1순위 직군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수 인력 유입이 많이 줄었다. 게임을 마약과 동일시 하는 일부 시선은 게임업에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게임은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서 '공공의 적'(공적)이 됐다. 주된 이유는 게임에 빠져 공부를 안 한다는 것이다.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이유다. 게임업계와 게임을 배척하는 진영은 여전히 마주보고 달리는 전차와 같다. 접점을 좀체 찾지 못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500억원을 사회에 내놨다.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선물로 보인다. 다양한 꿈을 상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김 대표의 신념 결과물이다. 청소년 등 사회 약자 보호와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취지다. 500억원은 앞으로 3년 동안 어린이 창의 체험 교육과 창작자 작품 활동에 쓰인다. 김 대표의 통 큰 결단은 '큰형님 역할론'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큰형님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한국 게임 산업에 기여해 줬으면 한다.

게임은 웹 생태계를 기반으로 급성장한 산업이다. 온라인 문화의 한 현상으로 발원, 지금은 거대 산업이 됐다. 메이저 3사의 연간 매출은 1조∼2조원에 이른다.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상당수 중견 게임업체의 매출 역시 수천억원에 이른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중견기업 역시 조 단위의 매출이 기대된다.

2017년 9월 게임업계에 필요한 것은 '책임 확장(Extension)'이다. 기업 시민으로서 역할 확대가 요구된다. 게임업계가 지금보다 사회와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게임 1세대가 나만의 방식으로 게임을 둘러싼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풀어 나가는 모습을 기대한다.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