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스마트폰 시장 진입 장벽 낮춰야

정승희 지모비코리아 대표.
정승희 지모비코리아 대표.

해외 제조사는 한국 스마트폰 시장을 얘기할 때 '외산 폰의 무덤'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만이 주류인 시장이라는 이유에서다. '애플 이외의 외산 폰에는 배타성 강한 시장' '통신 인증 장벽이 그 어느 나라보다 높은 시장'이라는 게 외산 폰 제조사가 인식하는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소득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의 가계 통신비를 지출하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자료에 따르면 높은 가계통신비 지출의 주 요인은 △짧은 단말기 교체 주기 △세계 1위 무선인터넷 보급률에 따른 높은 데이터 이용량 △낮은 선불 요금제 이용률 등이 손꼽힌다. 특히 가계통신비 지출의 일등공신은 '단말기 구매 비용'이다.

단말기 교체 주기가 이전보다 길어지고 있는 추세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 2년 약정을 다 채우고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얼리 어답터를 선점하기 위해 이통사 간 번호이동 영업 전쟁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다양한 스마트폰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면서 특정 제품 출시 때마다 '대란'이 일어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의 선택 종류가 제한되고 구매 환경에 변화가 없는 구조에서는 어떤 정책이 나오더라도 소비자 통신비 체감에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이다.

소비자를 위한 공급 구조, 소비자가 원하는 단말기 구매 구조는 어떤 걸까.

정보기술(IT)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유통업체 유통망을 통한 단말기 공급 비중이 가장 높고, 유럽은 이통사 유통망과 유통업체·제조업체 등 비통신사업자 유통망이 대등하게 형성돼 있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다양한 상품 가운데에서 본인 취향에 맞는 고품질 제품을 값싸고 편리하게 구매하고 싶어 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이동통신 시장 구조를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보다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나와 경쟁할수록 소비자에게 제시되는 가격은 더 저렴해질 것이고, 소비자가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있다. 우리나라 통신 인증 장벽을 낮추는 일이 그 가운데 하나다. 국내 출시 스마트폰 규격은 대부분 다른 국가와 호환이 안 된다. 국내향 VoLTE(롱텀에벌루션망을 이용한 음성 통화) 인증을 위한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인증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비용을 감당하려면 규모의 경제가 돼야 한다. 그러나 초기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해외 제조사에는 시도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통 시장에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방식으로 가야 할지를 놓고 논의가 활발하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간과해선 안 된다.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가성비 높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어떤 구조가 합당한가에 대한 해답은 '시장 개방'에 있다.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절대 우리 것을 잃는 것은 아니다. 쇄국 정책은 경제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다수 제조사가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소비자에게 자유로운 단말기와 통신 서비스 선택권이 부여될 때 관련 생태계의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본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자급제 논쟁의 치열함도 '소비자를 위한 시장' 변화를 위한 시도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승희 지모비코리아 대표 jenny@g-mob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