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가난한 선비와 약소국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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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이민족으로부터 끊임없는 침략을 받았다.

어떤 이는 우리 역사에서 외침을 받은 것은 993회 또는 1000번 이상이라고 한다. 작은 노략질 숫자를 제외하고 역사에 기록될 정도만 추리면 약 90회라고 한다.

조선시대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등 일본이 2회, 병자호란 등 청나라가 2회다. 근세로 넘어와 미국, 프랑스 등까지 포함시킬 수 있다. 고려시대는 거란이 6회, 몽골이 7회, 홍건적이 2회와 일정 규모 이상의 왜구 침략도 수 회 있었다.

삼국통일 직후 당나라가 10년 동안 신라를 공격한 것을 비롯해 통일신라시대는 약 30회 침략을 당한 사실이 있다고 한다. 삼국시대에는 이민족과 국경을 접한 고구려의 외침이 가장 많았다. 당나라, 수나라는 물론 선비족이 세운 연나라 등이 포함된다.

그 이전까지 포함하면 5000년 역사에 기록된 대규모 외침만 90여회에 이른다. 통상 얘기되는 993회의 10%에도 못 미치지만 결코 적지 않은 횟수다.

많고 적음을 떠나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에서 외침을 받아야 한 역사가 오버랩된다.

큰 나라 사이에 끼여서 끊임없이 침략을 받아 온 역사 평가는 여전히 쉽지 않다.

우리 민족은 수많은 외침에도 은근과 끈기로 극복한 강인함이 내포돼 있다고 한다. 강인하다는 명제에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의미 없다고 치부할 수도 없다.

어쨌든 선조가 살아 온 고단한 삶과 그 과정에서 체득한 극복의 DNA는 현재를 살아 가는 우리 몸에 각인돼 있다.

국가 간 관계뿐만 아니라 세상의 이치는 비슷하다. 살다 보면 내 뜻대로 될 때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힘이 약할수록 이런 경우는 더 빈번하다.

한국은 6·25전쟁 이후 폐허가 된 세계 최빈국에서 50년 만에 세계 12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우리를 둘러싼 관계는 우리 힘만으로 풀어 갈 수 없는 처지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 등 당사자인 대한민국보다 주변 이해관계에 의해 전개되는 상황이 불편하다.

어느 쪽에 기울든지 그 여파는 고스란히 우리가 겪어야 한다. 실제 중국에 진출한 수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미국의 통상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국내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등의 이슈는 국민 간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

가난한 선비와 약소국의 공통점은 '그저 옳은 것에만 그칠 뿐'이라고 한다. 명분만 내세울 뿐 실천이 동반될 수 없는 상황이나 사람을 얕잡는 말이다.

현재 우리가 대처하는 형태가 가난한 선비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진영별로 무언가를 주장하지만 거기에는 그저 각자가 옳다는 주장만 담겨 있다. 오히려 당리당략에 활용할 뿐 가난한 선비의 '옮음'조차 없어 보인다.

지금 어떤 선택을 하든 강대국 가운데 어느 나라, 국민 가운데 누군가에게는 성에 차지 않을 수밖에 없다. '멀리 하지 않을 뿐'이라는 외교의 묘(妙)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진영 논리를 떠나 그 선택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다음 걸음을 뗄 수 있다.

홍기범 금융/정책부 데스크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