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묵은 TV 화질 기준...한국 기업 주도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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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DM, 내년 총회서 SSIM 등 삼성·LG 제안 수렴...새 해상도 측정 방식 마련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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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브라운관 시대에 만들어져 20여년 동안 이어져 온 디스플레이 화질 기준이 우리기업 주도로 바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제안한 새 기준으로, 이르면 내년 초 4K 초고화질(UHD) 시대에 적합한 기준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TV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 적합한 화질 기준이 마련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는 내년 2월 총회를 열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이 제안한 디스플레이 해상도 측정 방식을 기반으로 새 기준을 마련한다.

ICDM은 디스플레이 관련 규격을 제정하는 단체다. 지난달 LG전자 주관으로 국내에서 총회를 개최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 제안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을 취합했고, 내년 총회에서 새 측정 기준인 'ICDM 2.0'의 세부 방향을 정립할 예정이다.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적용해 온 낡은 해상도 평가 기준이 바뀌는 셈이다.

기존의 TV 화질 측정 방식은 20여년 전 브라운관 시대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흑백시대에 처음 만들어진 데다 현재 대중화된 평면 TV와도 맞지가 않다. 특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퀀텀닷 등 차세대 TV, 하이다이내믹레인지(HDR) 같은 최신 기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로·세로 픽셀과 4K 기준도 회사별로 명확하지 않아 오래된 화질 측정 기준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컸다.

지난 총회에서 삼성전자는 흑색과 흰색 픽셀을 평가하는 객관 방식을 추가로 제시했다. 구조유사성(SSIM)이라 불리는 측정 방식으로, 영상과 디스플레이 사이에 화질 정보만 전달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원본 영상과 비교해 정확성과 유사성까지 평가한다.

새 측정 방식은 4K UHD 디스플레이 해상도 측정에도 적합하다. 기존의 4K UHD는 3840×2160 픽셀로만 기준을 삼았지만 SSIM은 화소수 이외에 디스플레이 색상까지 더욱 정밀하게 객관 측정을 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K UHD 디스플레이가 쏟아지는 가운데 해상도 외에는 제대로 된 화질 측정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다”면서 “새 측정 방식으로 4K UHD 선명도 평가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총회에서는 LG전자도 차세대 디스플레이 측정법 관련 새 방식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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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안한 새 화질 기준은 내년 2월 총회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TV 시장을 주도하는 양사의 제안을 기반으로 다른 제안들을 수렴, 이르면 내년에 'ICDM 2.0'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ICDM 2.0에는 최근 정립한 측정 방식인 '컬러볼륨'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VR·AR 디스플레이와 HDR 등 차세대 화질 기준을 평가하는 측정법으로 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ICDM에서 디스플레이 업계와 전문가가 오래된 해상도 측정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측정 방식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삼성·LG 주도로 제안한 새로운 화질 기준을 통해 우리나라가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