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도, 연금공단 의결도 '적법'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삼성물산 합병이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 해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는 경영적 판단이고, 국민연금공단의 찬성 의결 역시 공단 내부 사정에 문제가 있더라도 합병 자체를 무효시킬 사유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함종식)는 19일 일성신약 등 옛 삼성물산 주주 5명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무효”라며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 무효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작업 일환이었다고 해도 유일한 목적은 아니었다며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나 불이익만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냈다.

재판부는 “합병 당시 삼성물산 경영상황 등에 비춰 일성신약 등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합병이 삼성물산과 그 주주에게 손해만 주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합병이 포괄적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더라도 경영권 승계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상 합목적성이 있었고 지배구조개편으로 경영안정화 등 효과가 삼성과 각 계열사 이익에도 기여하는 면이 있다”며 “특정인의 기업 지배력 강화가 법적으로 금지된 것이 아닌 이상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이라는 사정만으로 그 목적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 역시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령에 의해 산정됐고 기준이 된 주가가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행위에 의해 형성됐다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합병비율이 옛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에게 불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옛 삼성물산 이사들은 2015년 5월 합병을 결의하면서 그 필요성과 효과를 심의했고 합병시너지 관련 부분은 경영판단의 영역”이라며 “이사회 결의 후 즉시 내용을 공시해 주주들에게 합병 찬반 여부를 숙려할 기회를 주는 등 결의를 무효로 할 만큼 이사들이 충실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당시 삼성물산 합병에 열쇠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는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합병 당시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합병 찬반 결정 과정에 보건복지부나 기금운용본부장 개입을 알았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민연금공단 내부 결정 과정에 하자가 있더라도 이는 공단 내부에서 법률적으로 해결할 문제이고, 최 전 이사장이 이러한 하자를 인식했다고 해도 주주총회 결의의 무효·취소사유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