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진화하는 유전자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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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유전자 교정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DNA 두 가닥을 자르지 않고도 원하는 염기 하나만을 교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른바 '4세대 유전자 가위'다. 유전자 교정 기술은 더 단순하고 더 정교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DNA 절단 없는 단일 염기 편집 기술이 상용화하면, 염기 단 하나 때문에 발생하는돌연변이를 치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유전자 편집 기술의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DNA 서열을 인지하고 잘라내는 '제한효소'가 발견되면서 유전자 조작 가능성이 처음 열렸다. 하지만 당시 제한효소는 인식할 수 있는 염기서열이 너무 짧았다. 정밀한 조작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원하는 유전자를 제거하려다 다른 DNA까지 잘라버릴 우려가 있었다.

이후 DNA에 결합하는 '탈렌' 단백질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2세대 유전자가위로 통한다.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인식할 수 있는 서열 길이가 짧은 것이 한계로 지적됐다. 수천 개가 넘는 DNA를 새로 이식해야 했다. 이 방식을 써서 제대로 된 유전자 교정을 이뤄내려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상황을 반전시킨 건 크리스퍼(CRISPR)다. 사실 크리스퍼가 처음 발견된 것은 비교적 오래 전인 1987년이다. 대장균을 연구한 일본 연구팀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열이 반복되는 회문(palindrome)구조를 발견했다. 이 구조 사이에는 21개 염기서열이 있었고, 당시에는 큰 의미를 찾지 못했다.

이후 크리스퍼는 세균을 박테리오파지로부터 지키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파지의 DNA가 크리스퍼 구조 사이에 기억돼 있다가, 다른 파지의 침입을 막는 식이다. 이른바 '적응면역'이다.

이 크리스퍼를 '유전자 가위'로 쓸 수 있게 된 데는 제니퍼 다우드 미국 버클리대 교수, 엠마뉴엘 카펜디어 독일 하노버대 교수 공동 연구팀의 공이 컸다. 이들은 크리스퍼를 통한 적응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Cas9' 단백질을 찾았다. Cas9 단백질과 RNA가 결합해 파지 DNA를 잘라내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Cas9 단백질에 결합하는 RNA를 바꾸면 다른 유전자 서열도 자를 수 있었다. Cas9 단백질이 가위 역할을, RNA가 대상을 판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진정한 의미의 '유전자 가위'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3세대로 통한다.

기존보다 획기적으로 간편한 유전자 교정이 가능해졌다. 대부분 생물의 유전체 정보를 교정하는 길이 열렸다. 쥐 실험 성공 후 소, 돼지 등 기존에 유전자 조작을 할 수 없었던 생물 실험에도 성공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두 연구자가 거의 동시에 '4세대 유전자가위'로 분류되는 단일 염기 편집 기술을 발표했다. 데이비드 리우 하버드대 교수팀은 특정 염기쌍을 바꾸는 '아데닌 기반 염기 교정기'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밝혔다.

DNA는 사이토신(C), 구아닌(G), 아데닌(A), 티민(T) 네 가지 염기로 구성된다. C-G, A-T끼리 결합해 이중나선 구조를 이룬다. 리우 교수팀이 개발한 교정기는 A 염기를 G 염기로 바꿔 A-T 염기쌍을 G-C 염기쌍으로 바꾼다.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DNA 이중가닥을 자른 뒤 대체하는 것과 달리, 가닥을 그대로 둔 채 염기를 교체한다. 이 때문에 '가위'보다는 '교정기'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리우 교수팀은 지난해 이미 C를 T로 바꾸는 교정 기술을 선보였다. 이번에 G를 A로 교체하는 기법까지 새로 개발한 것이다.

이로써 단일 염기 돌연변이의 교정이 가능해졌다. 원래 염기 서열에서 G가 들어가야 할 자리에 A가 들어가 있다면 이를 바꿀 수 있는 셈이다. G-C 염기쌍 자리에 A-T 염기쌍이 들어가 있으면 유전자가 제 기능을 못한다. 많은 유전자가 이 같은 단일 염기 돌연변이에 기인한다. 4세대 유전자 교정 기술은 이 돌연변이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펑 장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팀도 RNA 단계에서 단일 염기를 교정하는 기술을 개발해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Cas9 대신 RNA를 표적으로 하는 자연효소 'Cas 13'을 썼다. RNA는 DNA 정보를 읽어 단백질을 만드는 중간 역할을 한다. 이 기술은 DNA 자체를 건드리지 않고 RNA를 수정한다는 점에서 안전성을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