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학 기술 창업과 일자리 창출

기성근 GIST 창업진흥센터장
기성근 GIST 창업진흥센터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 소멸 우려가 커지면서 새로운 먹거리 산업 발굴을 통해 고품질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많은 영역의 연구원과 엔지니어, 고급 기술이 모여 있는 집합체 대학은 사업화와 기술 창업 보고라 할 수 있다.

대학이 보유한 우수 기술과 연구 성과물을 활용한 기술 창업은 여타의 아이디어 창업에 비해 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창업진흥원의 최근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창업 기업의 평균 고용 규모는 2.85명인 데 비해 우수한 과학 기술 기반의 기술 창업 기업 당 평균 고용 규모는 9.5명으로 약 3배 높다. 이는 사업화 가능 대학의 기술과 연구 성과물을 발굴해서 기술 창업으로 연계할 경우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안정된 직장 선호 분위기와 창업 및 실패 두려움으로 말미암아 아직까지 대학 발 창업은 그리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외국 대학의 기술 창업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생이 창업한 기업 수는 4만개에 이른다. 이들이 창출한 일자리는 약 540만개, 매출 규모는 3000조원을 상회한다.

국내의 경우 2016년 서울대 창업 보육 프로그램 참여 창업 팀을 분석한 결과 순수 기술 기반 창업은 전체 2.3%, 실험실 창업이 전혀 없는 대학은 전체 대학의 77.1%로 각각 나타났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대학 기술 기반의 창업 활성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교육부는 특허와 기술을 활용한 기술 이전, 기술 창업 등 기술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20개 대학을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BRIDGE) 사업'으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창업 선도 대학 육성 사업'을 통해 40개 대학 거점으로 학생과 일반인 창업을 지원하는 등 대학을 기술 창업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현실상 대학 기술을 직접 활용한 창업은 아직까지 부족한 상황이다.

법인을 설립해서 중소기업 죽음의 계곡을 넘고 기업 안정기에 들기까지는 매우 많은 시간, 노력, 자금이 필요하다.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연구 성과물과 기술 대부분은 추가 기술 개발과 양산의 어려움으로 성공하기까지 시간이 추가 소요된다. 이는 기술 기반 창업은 지속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 창업 지원 사업의 혜택을 받을 경우 매출, 고용, 특허 등 실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기술 기반 창업 기업이 작은 실적에 매달리지 않고 지속된 연구개발(R&D)로 뛰어난 세계 수준의 제품, 제대로 된 혁신을 일궈 낼 때까지 관련 실적을 유예해 주고 중기부의 '민간 투자 주도형'(TIPS) 기술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과 같이 우수 기술 사업화를 위해 R&D 지속을 중점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제도가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 창업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GIST 연구실(랩)에서 창출된 연구 성과물과 기술을 바탕으로 일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 가운데 사업화 가능 기술을 발굴하고 법인을 설립, 시장 진입까지 연계하는 시장 전문가 연계 프로그램(IPP)을 신규 기획·운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대학이 창업 중심 인재 양성 시스템을 구축해서 기술 창업 중심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및 실행해 기술 창업 역량을 강화시키고, 대학 내부뿐만 아니라 지역 내 기술 창업 문화를 창달하기 위한 노력과 역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대학과 지역 창업 관련 유관 기관과 일반 시민이 함께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현해 공간, 인력, 콘텐츠, 지원 등을 함께 구축해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예비 창업자, 투자사, 지원 기관, 기술자, 일반 시민이 함께 모여 소통을 이루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협력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대학이 지역의 기술 창업 구심점이 되는데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성근 GIST 창업진흥센터장 sgki@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