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혁신 성장과 산업 입지의 전환 방향

[전문가기고]혁신 성장과 산업 입지의 전환 방향

지난해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이 세계 56개국을 대상으로 글로벌 혁신 지수 순위를 발표했다. 순위는 각 나라의 기술 혁신 기여도와 기술 혁신 잠식도를 측정해서 산출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10위, 우리나라는 21위에 그쳤다. 각 나라를 8개 카테고리로 나눴다. 최상위권 대부분은 연구개발(R&D) 투자에 적극성을 보였고, 기업가 혁신 활동 환경이 원활한 국가들이었다.

우리 정부의 경제 정책 핵심 전략도 혁신 성장이다. 슘페터식 공급 혁신으로 기업가가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혁신 생태계 조성, 혁신 거점 구축, 규제 재설계, 혁신 인프라 강화 등 다양한 과제가 추진될 예정이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덫'에 빠져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혁신 성장 처방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혁신 성장 주 무대는 산업단지가 돼야 한다.

제조업 본산인 산단을 떼어 놓는다면 경제 체질 전환은 요원하다. 전국 1158개 산단은 여전히 경제 성장과 지역 경제의 보루다. 9만2615개사가 제조업 생산 및 수출의 70%를 담당하고, 216만명에게 소중한 일터를 제공하고 있다.

오늘날 제조업과 산단은 새로운 변화의 변곡점에 서 있다.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후발국의 추격은 거세지고, 선진국은 제조업 혁신으로 앞서가고 있다.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혁신 기술 발달로 산업 구조 대변혁도 가시화되고 있다. 산단도 변화의 파고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안타까운 것은 산단과 입주 기업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생산 기능 중심 구조, 정주 여건 개선, 노후화, 혁신 여건 취약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대전환은 신산업 육성을 위한 입지 환경의 변화에서 시작해야 한다.

산업 간 융·복합이 쉽게 일어날 수 있도록 규제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제도가 최대한 기술 혁신을 따라잡아야 혁신과 신산업도 생겨날 수 있다.

기존 산단의 산업 구조 재편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주력 제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지역 경제로 이어지고 있다. 신산업으로의 사업 다각화와 산업 간 융합을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 방안이 절실하다.

노후화된 산단에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신 입지 공간을 리모델링을 통해 조성하자.

신산업의 연구개발(R&D)과 창업이 손쉽게 이뤄지고, 기존 산업과의 융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신산업 중심의 제조 창업, 보육 단계를 넘은 성장 기업, 스핀오프 기업에 특화된 공간과 함께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것도 혁신 생태계 구축에 중요한 요소다.

산업 입지 수급 체계도 개선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진전으로 산업 용지의 수요 감소와 변화가 예상된다. 수급의 적정성을 유지하면서 늘어나는 노후 단지를 재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산단은 대규모 개발보다 실수요에 기반을 둔 중소 규모, 친환경, 스마트, 도시화된 산단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산단 개발, 관리, 지원의 틀도 새 시대에 맞게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두 지역이 있다. 싱가포르는 2014년 '스마트 네이션' 정책을 통해 제조업 혁신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원노스 지역은 싱가포르 혁신 성장의 시험 무대다. 규제의 파격 완화와 정부 투자로 전 세계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이 몰려들고 있다.

올해 초 중국 선전과 홍콩은 혁신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혁신과학기술단지'를 공동 조성하기로 했다. 제조와 서비스업이 강점인 두 도시를 연계,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세계 각 국이 뛰고 있고, 변화는 태풍의 속도와 파괴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산단이 신산업을 품을 수 있는 최적의 보금자리가 돼야 한다. 혁신 성장의 성패는 산단을 어떻게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

조혜영 한국산업단지공단 산업입지연구소장 hycho@kicox.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