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마리 퀴리 탄생 150주년

퀴리 부부
퀴리 부부

노벨과학상 2회 수상, 방사선 연구의 어머니, 최초의 여성 노벨상 수상자, 여성 과학자의 자존심. 모두 단 한사람, 마리 퀴리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1911년 그에게 두 번째 노벨상을 시상하며 “이전 수상자에게 다시 영예가 주어지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귀하가 이룩한 발견에 과학원이 얼마나 큰 중요성을 부여하는지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7일은 마리 퀴리가 태어난 지 150주년이 되는 날이다. 마리 퀴리는 여러 모로 전설에 가까운 여성 과학자다. 유로화로 통합되기 전 프랑스의 500프랑 지폐에는 그와 그의 남편 피에르 퀴리의 초상이 그려져 있었다. 마리 퀴리는 폴란드 태생이다. 500프랑 지폐는 프랑스 최고액권이다. 자존심 센 프랑스 정부가 그의 공로를 얼마나 높이 샀는지 알 만한 대목이다.

마리 퀴리는 1903년 남편 피에르 퀴리와 함께 라듐과 폴로늄의 방사능을 발견한 공로로 첫 노벨상(물리학상)을 받았다. 방사선을 처음 발견한 것은 베크렐이었다. 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것은 퀴리 부부다. 부부는 우라늄 광석을 정제해 1989년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했다.

폴로늄과 라듐은 두 사람이 처음 발견한 새로운 방사성 원소다. 부부는 우라늄에서 나오는 신비한 광선, 즉 '방사선'의 정체를 밝히고자 노력했다. 베크렐은 이 광선이 물체를 투과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어떤 물질로부터 나오는지 규명하지 못했다.

부부는 난제에 도전했다. 결정의 석출 온도 차를 이용하는 '분별결정법'을 산화우라늄에 적용했다.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화합물 종류를 알아냈다. 이 화합물이 포함된 물질이 지금까지 알려진 원소와는 다른 물질이라고 분석했다. 1898년 새 원소를 '폴로늄'으로 명명하고 발표했다. 같은 해 라듐이 내는 방사선도 발견했다. 오늘날 '방사능'이라는 말이 쓰이게 된 데는 퀴리 부부의 공이 컸다.

이 공로로 부부가 동시에 노벨상을 탔지만 남편 피에르 퀴리는 마차 사고로 수상 4년 만에 사망했다. 마리 퀴리는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순수 원소를 분리하는 과제가 남아 있었다. 라듐은 1900년부터 피부암 등을 치료하는 데 쓰였다.

라듐 가격은 1그램 당 10만 달러를 호가했다. 추출하기도 어려웠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마리 퀴리는 1910년에야 순수 라듐을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다. 마리 퀴리의 두 번째 노벨상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는 순수 라듐의 성질과 화합물을 연구한 공로로 1911년 노벨 화학상을 단독 수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마리 퀴리는 연구 이외 분야에서도 존경받을 면모를 보였다. 퀴리 부부가 발견한 라듐은 단 한 푼의 대가도 없이 인류 재산으로 주어졌다. 특허나 재산에 욕심 내지 않았다. 연구 결과를 돈이나 명예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과학자 정신'이 아니라고 여겼다. 프랑스 최고 훈장 레종 도뇌르도 거절했다.

마리 퀴리는 여성 과학자의 지위를 높였고, 그 스스로 당당한 여성의 삶을 추구했다. 결혼 전 폴란드 태생의 이름은 마리아 스크워도프스카. 당시 러시아의 속국이었던 폴란드에서 여성은 대학에 진학할 수 없었다. 프랑스 소르본대학으로 가 여성 최초의 물리학 박사가 됐다.

여러 모로 암울했던 조국을 잊지 않았다. 파리에서 라듐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폴란드의 과학 발전을 도왔다. 그가 발견한 원소 '폴로늄'은 조국 폴란드의 이름을 따 명명했다. 남성 중심 보수 사회에서 과학아카데미 가입이 거부되기도 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소르본대 최초의 여성 교수에 올랐고, 첫 수상 때 하지 못했던 노벨상 수상 연설도 이뤘다.

마리 퀴리는 순교자처럼 마지막을 맞았다. 라듐을 인류에게 '공짜'로 선물했지만 바로 그 라듐 때문에 병을 얻었다. 방사선에 계속 노출된 결과였다. 사인은 백혈병으로 알려졌다. 방사선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한 연구 초기의 과학자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마리 퀴리의 연구는 딸이 이었다. 딸 이렌 졸리오퀴리와 그의 남편 프레데리크 졸리오퀴리도 방사능을 연구했다. 그들은 인공 방사능을 연구한 공로로 1953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세계동위원소기구(WCI)는 올해 세계동위원소대회에 마리 퀴리 탄생 150주년 기념 행사를 마련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