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이하는 스마트한 방법

[기고]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이하는 스마트한 방법

수십 년 전부터 미래 도시는 공상과학(SF)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아직도 아이들 그림 속에 등장하는 미래 모습 역시 해저도시나 공중도시가 으뜸 메뉴다. 여지없이 그물처럼 얽힌 모노레일과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등장한다. 그것이 현실 세계라면 그 혼잡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지만 우리는 어쩌면 그 모습을 아름답다고 느낀다. 미래 도시는 안전하고 행복할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스마트시티와 4차 산업혁명을 접목한 새로운 시스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정보통신기술(ICT)·빅데이터·인공지능(AI)·클라우드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로 교통 정보, 전력 사용량, 기상 정보 등을 플랫폼에 연결한다. 이를 통해 시민 안전과 편의를 도모하는 스마트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비록 우리는 어릴 적에 상상하던 해저도시나 공중도시에 살고 있지 않지만 도시는 첨단 기술을 통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약 70%인 60억명이 도시에 거주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스마트한 도시로의 전환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스마트시티를 가능하게 해 주는 바탕이 4차 산업혁명이라면 그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은 에너지다. 4차 산업혁명은 에너지 다소비 혁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서 에너지 수요와 공급 과제 해결은 스마트한 도시로의 전환에서 선결 조건이다.

요즘 들어 에너지 전환 논쟁이 뜨겁다.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지와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 공론화가 촉발한 에너지 전환 논쟁은 장차 파리 협약에 따른 2차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제출을 전후해서 가속될 것이다. 원자력과 석탄 사용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신재생에너지가 대체재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겠느냐는 논쟁에는 회의론과 긍정론이 학자마다 엇갈린다.

논쟁의 중심에서 간과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에너지 전환의 모든 키워드를 에너지 공급자 측에서 선점했다는 것이다. 에너지 공급 측면에 국한된 논쟁만 뜨거워져서는 안 된다.

신재생에너지가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느냐와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은 에너지 수요자 측에서 어떤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세계 9위의 에너지 다소비 국가인 우리나라가 논쟁의 핵심 사안으로 에너지 수요 관리 방안을 추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에너지 관리 플랫폼을 통해 국가 에너지를 효율 관리하고, 사용 전력이 적은 생산 시설로 전환하는 등 효율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에 혜택을 줘야 한다. 가정에서도 국민 수요 관리를 통해 국가 에너지 관리에 동참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해서 소비량을 줄임과 동시에 신재생 발전을 확대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전개돼야 한다. 에너지 효율 향상과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이 융합됐을 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에너지 전환 성공이 가져올 에너지 전환 시대가 스마트시티와 4차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 세대에서는 그동안 상상해 온 해저도시나 공중도시 시대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AI를 통해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한 도시, 시민에게 교통·기상·생활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편리한 도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없는 청정하고 깨끗한 도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미래 도시의 시작이다.

에너지 전환 시대의 서막은 이미 올라가고 있다. 결국은 속도 문제이지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서로 토론하고, 뜨겁게 논쟁하자. 그것이 곧 유비쿼터스 강국으로 전 세계를 주목하게 한 '역동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이자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이하는 스마트한 방법이기도 하다.

최인규 KEPCO에너지솔루션 대표 choin16@kepco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