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공공부문 민간 클라우드 도입은 시대 과제

[미래포럼]공공부문 민간 클라우드 도입은 시대 과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올해 21회째 열리는 '클라우드 엑스포' 행사에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클라우드 분야에 뒤늦게 뛰어들어 세계 선두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녹록하지 않음을 절감한다. 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4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이를 추격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IBM 등 미국 회사들이 오늘날 세계 시장을 평정한 것은 지난 20년에 걸친 관심과 노력의 결실일 것이다.

물론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의 공이 크지만 2010년부터 '클라우드 퍼스트 정책'을 마련, 국방부 등에 민간 클라우드 도입을 적극 추진한 정부 정책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 결과 미국은 경제가 살아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게 됐다. 한국이 후발 주자로서 이미 벌어진 격차를 추격하기 위해 2015년에 제정한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클라우드법)은 공공 부문이 선도해서 민간 클라우드를 받아들여 클라우드 산업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법 제정 2년이 지난 현재 취지와는 달리 공공 부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한국 클라우드 산업은 지난해 말 현재 1조3000억원 규모다. 올해는 이보다 크게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는 대부분 급속한 민간 부문 성장에 힘입은 것이다. 공공 부문의 기여는 매우 아쉬운 수준이다. 정부가 선도해서 프로젝트를 추진, 전체 공공기관의 20%(84개 기관) 정도가 민간 클라우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매출 규모로는 거의 무시해도 될 수준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애를 쓰고 있긴 하다. 그러나 공공 부문 대부분은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그 핵심 인프라인 민간 클라우드의 도입에는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공공 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도입이 중요한 이유는 공공 시장 경험이 글로벌 시장 진출의 레퍼런스가 된다는 점뿐만 아니라 공공 분야 업무 혁신과 비용 절감, 대국민 서비스 향상, 공공 데이터의 효율 활용 등 무한한 이점과 효과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활용을 결정하고 핵심 인프라로 민간 클라우드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임을 자각하기 때문이다. 당장 망할 것 같지 않다고 해서 공공 부문이 이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폐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공공 부문 혁신을 위한 민간 클라우드 도입을 위한 당면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범부처 차원에서 더욱 강력한 클라우드 퍼스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예산 당국과 각 부처 정보화 사업 총괄 책임자는 모든 공공 부문의 사업 기획 단계에 민간 클라우드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공공 부문 속성상 기존 방식을 유지하거나 변화에 저항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혁신 도시로 이전하는 기관은 정책 요구가 없다면 기존의 레거시 시스템을 다시 구축하려 들 것이다.

둘째 세부 지침이 필요하다. '국가기관 등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 가이드라인'(가칭)을 제정해야 한다. 관련 정부 부처 간 이견으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명확하게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민간 클라우드 이용 대상이 되는 공공 데이터와 서비스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공공 데이터의 90% 이상을 민간 클라우드 이용 가능으로 정리한 영국 정부의 성공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민간 기업이 그러하듯 공공 부문이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민간 클라우드에 기반을 둔 빅데이터 분석과 AI 서비스 활용은 불가피하다. 도로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달리고 상점에 계산대가 없어도 자동으로 결제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공공 부문의 변화도 속도를 내야 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다.

김영훈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상근부회장 coin19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