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인미디어]킹스스피치, '인정'이 콤플렉스 극복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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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인미디어]킹스스피치, '인정'이 콤플렉스 극복 지름길

영국 왕자 버티에게는 치명적 콤플렉스가 있었다. 왕족으로서 남부러울 것 없는 부와 명예를 가진 그였지만, 마이크 앞에만 말을 더듬는다는 것.

형의 갑작스런 퇴위로 조지 6세라는 이름으로 왕위 계승을 앞둔 그의 고민은 커져 간다. 2차 세계대전 발발을 앞둔 일촉즉발 위기 속에 국민에게 힘찬 목소리로 희망을 주고 싶지만, 자신감은 낮아져 간다.

조지 6세는 전속 언어치료사인 라이오넬 로그에게 마지막 희망을 건다. 라이오넬은 조지 6세와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말을 진지하게 들어준다.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배려하면서 변화를 이끌어 낸다.

킹스스피치는 영국 왕과 평범한 신분의 언어치료사가 서로의 마음을 열어가면서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렸다. 라이오넬은 왕실로부터 '돌팔이'라는 의혹을 사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남들이 하지 않던 자신만의 방식을 꾸준히 실천한다.

그가 1차 세계대전 후유증으로 말을 더듬던 병사들을 치료하며 몸으로 체득한 원리는 후천적 요인이 말더듬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이다.

당장 눈앞에 드러나는 말더듬 증상 자체보다, 말더듬을 유발한 심리적 불안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고,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라이오넬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어떤 것인지는 당신도 알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준다.

조지 6세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말더듬 때문에 들었던 꾸중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다가도, 이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데 성공한다.

말더듬에 대해 현대 의학이 제시하는 치료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가 말을 더듬더라도 꾸짖거나 강제로 고치려하지 않고, 일단은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며 자신감을 주는 것은 치료의 첫 관문이다. 이후 복식호흡과 천천히 책읽기를 통해 심리 상태와 호흡을 안정화해 증상을 완화해 나간다.

이 같은 방식으로 콤플렉스를 극복한 조지 6세의 2차 세계대전 라디오 연설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연설 가운데 하나로 남았다.

킹스스피치의 콤플렉스 극복 스토리는 말더듬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고, 일단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천천히 공감하면서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치료 방법은 여러 사회 갈등을 치유하는데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