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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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를 웃돈다. 허니문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취임 6개월 성적표는 좋다. 적폐 청산 작업에 대다수가 박수를 보낸다. 국민정서법에 합치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경제 정책 평가는 어떨까. 글쎄다.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국민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소득 주도 성장은 현 정부의 경제 정책 근간이다. 가계에 쓸 돈이 있어야 지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가설에 근거한다. 곳간이 차야 소비가 이뤄지고, 기업은 생산을 늘린다. '생산·소비·지출'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 실행 차원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걸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라는 철학의 반영이다. 최저 임금 인상도 추진되고 있다. 일자리상황판도 마련됐다. '일자리가 최고 복지다'라는 문 대통령의 공약 실천이다. 실업률을 낮춰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하려는 취지다. 그럼에도 지난달 청년층 실업률은 8.6%로 1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출범 6개월 만에 내수에 온기가 스며드는 걸 바랄 순 없다. 그러나 몇 가지 경제 지표와 우리 사회에서 보이는 단면은 우려스럽다. 대표로 가계부채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 가계 빚 총액이 올해 3분기에 1400조원을 돌파했다. 소득증가율과 경제성장률보다 부채가 더 빨리 증가한다면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가계 빚 문제의 해결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소득과 부채가 반비례 곡선을 그릴 때 정책 효과는 극대화 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는 소득을 늘리려는 모든 정책의 결과를 수포로 돌아가게 만든다.

금리·환율정책 역시 소득주도성장론 성공의 또 다른 열쇠다. 30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기준금리가 인상된다면 가계 부채 상환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오를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은행권은 성과급 잔치를 앞두고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주요 4대 은행이 올 상반기에 벌어들인 순이익은 6조원에 육박한다.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인 예대마진이 커졌다. 가계가 1400조원에 이르는 부채 이자를 갚느라 허리가 휘는 모습과 대조를 보인다. 주택담보대출금 중도상환수수료 폐지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정부가 어떤 '빚(debt)딜' 정책을 고민하는지 궁금하다.

조세 정책은 어떤가. 올해 국세 수입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약 18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기조라면 정부 살림만 좋아진다. 가계는 빚에 허덕이고 정부는 넘쳐나는 세수 처리에 골머리를 않는 상황이다. 반면에 서민들의 불만은 고조된다. 증세 감세 논쟁을 논하지 않더라도 주위에 이른바 교통 범칙금 또는 과태료 딱지를 뗀 사람이 크게 늘었다. 요즘 경찰은 딱지 경쟁에 들어간 듯하다. 택시기사, 화물차 운전자 등 서민은 '보이지 않는 증세'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여의도 정치권은 가관이다.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는 8급 보좌관 1명 증원안을 가결시켰다. 총 300명의 8급이 늘면 추가 예산 67억원이 소요된다. 여야 할 것없이 동업자 정신을 발휘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이 성공하기 위해선 뭔지 모르겠지만 2% 부족해 보인다. 국회와 정부 곳간은 갈수록 넉넉해지고, 가계 지갑은 얇아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성공할 수 있는 탄탄한 액션플랜을 기대한다. 5년 동안 준비한 정부의 저력을 보고 싶다.

[데스크라인]모순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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