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3D프린팅이 아니라 3D프린터 산업부터 육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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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D프린터 시장이 빠르게 발전한다.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3D프린터 전시회 '폼넥스트 2017'은 세계 프린터 시장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세계 각국에서 470여 기업이 참여해 그동안 개발한 프린터 기술을 선보였다. 전시장 규모가 지난해 1만8700㎡에서 2만8000㎡로 확장될 정도로 참여 기업들의 관심이 높았다.

가장 큰 변화는 대형화 추세다. EOS, SLM, 컨셉트레이저에 이어 3D시스템스, 애디티브인더스트리스, 레니쇼유 등이 대형 시장에 가세해 3D프린터로 제작한 대형 부품을 전시했다. 대형 항공기 부품 및 자동차 부품이 많았다. 3D프린터로 찍어낸 선박도 등장했다. 리브레아가 미국 BAAM 장비와 사비나사 소재, 오토데스크 소프트웨어(SW) 기술을 활용·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소재 발전도 눈부셨다. 장난감을 제작하는 수준으로 치부해 오던 플라스틱 프린터는 실리콘을 새로운 소재로 사용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 갔다. 금속 프린터 분야에서는 게페르테크 (GEFERTEC)가 알루미늄을 적층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금속 프린터 장비와 소재는 점점 다양해져 갔다. 올리콘과 LPW를 비롯한 미국 중소기업과 중국 기업이 소재 산업 분야에 참여,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내놓았다. 이 밖에 생산 보조 시스템 장비가 많아졌고, 가격대도 대폭 낮아졌다.

전시회를 다녀온 기업가들은 하나같이 국내 기업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내 기업도 한국관을 만들어 참여하기는 했지만 세계 흐름에는 많이 뒤처졌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3D프린터 산업 정책이 없다. 국책 과제를 개발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조차 3D프린터를 개발하는 곳이 없다. 국내에는 3D프린터 산업 대신 3D프린팅 산업이 존재한다. 3D프린팅은 3D프린터를 포함해 주변기기와 SW, 3D프린팅용 콘텐츠와 제작 서비스까지 포함한다. 컴퓨팅과 유사한 개념이다.

3D프린터 분야에서는 선진국에 오랜 기간 뒤처진 만큼 3D프린터는 외산을 사용하고, 이를 활용한 서비스 산업이라도 키워 보자는 것이 정부를 비롯한 산업계와 학계 관계자들의 시각이었다. 3D프린터 전시회에 내보일 것이 없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국내에는 아직 저가형 플라스틱 프린터를 이용한 교육용과 실험실용 정도의 수요만 있을 뿐이다. 의료용 시장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동안 3D프린터는 특허를 보유한 몇몇 외국 기업의 전유물이었다. 후발 기업이 3D프린터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특허가 하나 둘씩 풀리기 시작한 2013년께부터다. 불과 5년 전 일이다.

그럼에도 중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응, 선발 기업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중국은 콘크리트를 소재로 집을 짓는 초대형 3D프린터까지 선보였다. 유튜브에는 정밀한 금속 부품을 찍어 내는 3D프린터 소개 영상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3D프린터는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시켜 가며 활용해야 할 장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제조 분야는 3D프린터가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마트팩토리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로봇팔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3D프린터 기술이다.

더 이상 3D프린팅 산업만 보고 3D프린터 개발을 소홀히 했다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빠른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 퍼스트 무버가 돼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3D프린터 산업은 늦었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늦은 만큼 더 열심히 따라가야만 하는 분야다. 3D프린터 산업 육성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