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친환경 어린이 통학 차량 보급 확대해야

[기고]친환경 어린이 통학 차량 보급 확대해야

한동안 주춤하던 미세먼지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시민 건강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기 오염 취약 계층인 어린이의 건강 피해가 특히 우려된다. 어린이는 면역 체계가 완전히 발달하지 못한 데다 체중 ㎏당 공기 흡입량이 성인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아 똑같이 유해 물질에 노출되더라도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서울 시내 어린이 통학 차량의 미세먼지(PM) 배출량이 중형 승용차의 11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소형 화물차의 3배에 달했다. 이는 전체 어린이 통학 차량의 97%가 경유차고, 이 가운데 약 40%가 10년 이상 된 노후 차량이기 때문이다. 대기 오염 개선과 어린이 건강을 위해 통학 차량의 대기 오염 물질 배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린이 통학 차량 한 대가 연간 뿜어내는 PM은 1.1㎏으로 중형 승용차(0.1㎏)의 11배, 소형 화물차(0.9㎏)의 1.2배에 달했다. NOx 평균 배출량은 어린이 통학차가 23.4㎏으로 중형 승용차(3.7㎏)와 소형 화물차(7.4㎏)보다 3.2∼6.3배 더 많이 배출했다. 통학 차량 한 대가 내뿜는 대기 오염 물질로 인한 연간 대기 오염 피해 비용은 평균 104만원으로 분석됐다. 통학 차량 운행 기간이 11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차량을 운행하는 동안 대당 1146만원의 사회 비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어린이의 안전과 환경 규정에 엄격한 미국에서는 2003년부터 '클린 스쿨버스'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 통학 차량의 친환경차 전환을 지원해 오고 있다. 학생들의 천식 예방을 위해 기존의 디젤 스쿨버스를 액화천연가스(LPG) 등 친환경 연료로 전환할 경우 최대 2만5000달러를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정부의 적극 장려 정책 덕분에 미국 친환경 스쿨버스의 45%가 LPG 차량이며, 학생 70만여명 통학에 LPG 스쿨버스가 이용되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도 어린이 등 미세먼지에 민감한 계층을 위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 대책을 내놨다. 미세먼지 환경 기준을 미국·일본 등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하는 한편 미세먼지 우심 지역 가운데 어린이집, 유치원, 요양시설 등이 밀집된 지역을 '미세먼지 프리존'으로 지정해 노후 경유차 출입을 제한키로 했다.

정부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한 노후 경유차 가운데에서도 통학 차량 등 주로 생활공간 주변을 운행하는 '생활형 차량'은 우선 관리가 요구된다. 고속도로를 주로 운행하는 화물트럭 등 '산업형 차량'보다 시민 건강에 직접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어린이집과 학원 주변에서 공회전을 많이 하는 통학차, 주택가 밀집 지역을 운행하는 택배차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NOx는 주거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노후 차량 운행 제한 및 공회전 제한 등 정책과 함께 장기로는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행히 정부가 통학 차량이 유발하는 어린이 건강 피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낡은 통학 경유 차량을 친환경 LPG 차량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 등 시설의 통학 차량을 LPG 신차로 교체하면 대당 5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경유 통학 노후 차량으로, 올해 40억원 예산을 투입해 총 800대 교체 비용을 일부 지원한다. 보조금 신청 기간은 올해 12월까지다. 신청서와 증빙자료를 준비해서 서울시 대기정책과를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접수시키면 된다.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어른의 책무다. 미세먼지는 천식·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과 폐암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우울증을 유발, 자살률을 높이는 등 정신 건강도 위협한다. 평생 건강을 좌우할 수 있는 성장기 어린이의 건강이 보호받아야 할 통학로에서 위협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친환경 어린이 통학 차량 보급 확대가 시급하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 carng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