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권 이관 '국가재정법 개정안' 연내 처리 물건너가나...여야 의견차 여전

R&D 예산권 이관 '국가재정법 개정안' 연내 처리 물건너가나...여야 의견차 여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권을 기획재정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국회 논의가 계속 미뤄지면서 정기국회 처리가 물 건너갔고, 임시국회 처리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다. 신중론을 제기하는 야권 입장에도 변화가 없어 장기 표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과기 혁신'이 국회 벽에 막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는 7일 오전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국가재정법 기본법' 개정안 처리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으로 파행됐다. 여야는 다시 경제재정소위를 개최할 방침이지만 일정을 조율하지 못했다.

개정안의 연내 처리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정기국회는 오는 10일 종료된다. 이후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법안 처리에 다시 나선다 해도 일정은 빠듯하다.

무엇보다 여야 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상당 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따른다.

추경호 한국당 의원을 비롯해 R&D 예산권 이관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야당 측은 여전히 부작용 방지를 위한 안전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기재부와 과기정통부가 예산 한도를 양 부처 장관이 합의해 정하기로 중재안을 내놨지만 국가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기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두 부처가 중재안에 합의한 만큼 개정안 처리를 늦출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추경호의원실 관계자는 “지출 한도 권한, 예비타당성(예타) 권한이 기재부가 보유한다고 해서 국가 R&D가 차질을 빚는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현 정부도 기재부가 재정에 관한 총괄 권한을 갖고 있다고 인정하는 상황에서 특정 분야만 예산권을 예외로 이관하면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R&D 예산권 이관의 취지는 분명히 이해했고, 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닌데도 일각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빠른 처리만 강조한다”면서 “지금껏 한 차례 논의만 하고 여전히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려하는 사안을 해소할 확실한 대안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마련해 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R&D 예타 권한을 기획재정부에서 과기정통부로 이관하고, 기재부가 보유한 국가 R&D 지출 한도 설정 권한을 기재부·과기정통부 공동 권한으로 변경하자는 것이 골자다. 과기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예산 심의 주체를 과기부로 일원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문재인 정부의 과기 혁신 구현을 위한 핵심 법안으로 여당이 발의했다.

과기계는 과기정통부가 예타를 주관하면 검토 기간이 20개월에서 6개월로 크게 앞당겨져서 적기에 연구를 시작할 수 있고, 단순 경제성에 중점을 두고 R&D 투자 여부를 평가하지 않게 된다며 예산권 이관을 주장해 왔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