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산 SW 괴물, 우리가 만들었다

소프트웨어(SW)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 하고 SW 교육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기르자고 목청을 높이지만 정작 한국 SW 산업의 경쟁력은 추락하고 있다. 문서·안티바이러스 분야의 몇몇 SW를 제외하고는 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외국 SW 기업에 내준 지 오래됐다.

업무용 SW 분야는 아예 사후관리(AS) 시장까지 내줘 거대 외국 SW 기업이 하라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여러 원인을 꼽을 수 있겠지만 핵심은 우리 스스로에게 자문해야 할 책임이란 것이다. 공공기관, 기업, 단체 등이 외산 SW라면 '믿고 쓸 수 있는 것' '혹시나 문제가 생기더라도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긴다. 도입 과정에 명분상 한국산 SW와 저울질을 하다가도 관례에 따라 외국산 SW를 낙점한다. 이렇게 야금야금 내주다 보니 전사자원관리(ERP) 분야에서 한국 시장의 약 절반을 장악한 SAP 같은 괴물이 만들어진 것이다. 중국이 ERP 분야 시장 1위가 자국 기업인 데서 나아가 후발 기업까지 합쳐서 자국 기업 점유율이 70%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심스러울 정도다.

우리는 왜 번듯한 SW 기업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걸까. 답은 우리에게 있었다. 제품의 기능과 장점을 보는 것이 아니라 도입 경험(레퍼런스)부터 따진다. 그래야 사고가 일어나도 많이 써 온 제품이어서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신앙처럼 굳어졌다. 그러면서 외산 SW는 한국 시장에서 '우상'처럼 됐다.

지금도 수많은 SW 개발자가 밤을 새워 SW를 개발하고 있다. 무수히 많은 기업이 창업하고 또 폐업한다. 그러면서도 제대로 성공한 SW 개발자나 기업이 한국에는 없다. 이들이 나오지 못하는 토양을 그대로 둔 채 'SW는 중요하다' 'SW를 키워야 한다'는 말이 싹을 틔울 수 있겠는가. 한국 SW 산업 생태계 문제는 우리 안에 있다.

[사설]외산 SW 괴물, 우리가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