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SW가 더 많은 산업 분야에서 더 빠르게 핵심 요소로 등장할 것이다.
SW가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SW 경쟁력은 제조업에 비하면 아주 낮다. 국내 SW 시장규모는 세계 시장 규모의 2% 이내로 세계 16위 수준이다. 세계 100대 SW 기업 중 우리나라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수출은커녕 내수시장도 외국기업이 선점한 상황이다.
왜 이럴까? 다수가 원인을 SW의 저가 구조, 하청 구조 중심, 고급인력 부족 등 국내 열악한 산업생태계 환경 탓으로 돌리지만 근본적으로 SW 역량이 떨어진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정부도 SW산업 발전의 주춧돌인 기초체력(SW Engineering)을 간과하고 트렌드에 편승한 정책만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상황은 더욱 꼬이게 됐다. 조직의 SW 역량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인력·기술·프로세스에 달려 있고 주요 결정요소는 프로세스 역량이다. SW프로세스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사용하는 활동, 방법, 도구, 인력, 실무절차 등의 집합으로 구성한 일련의 작업들을 의미한다.
혹자는 SW 사업 성패는 아이디어와 이를 개발하는 인력 역량과 영역별 기반기술에 주로 기인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SW 크기는 한 개인의 창의력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규모로 커졌다.
품질 좋은 SW 제품을 신속하게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프로세스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 문제는 속도이고 지속적으로 좋은 제품을 한발 앞서 내놓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SW 기업 중 10년 이상 생존 기업은 10곳 중 1곳 정도라고 한다. 간혹 좋은 아이디어로 SW 스타트업 기업을 창업하더라도 '발 빠른 추격자'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결과다.
SW의 크기는 향후 10년 내 100배 이상 증가하고 복잡해질 것이다. 덩달아 품질 관리비도 폭증할 것이다.
더욱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SW 오동작으로 안전성 위협이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경미하거나 사소한 SW 오류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거나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SW에 기능적 오류를 방지하는 예방 활동과 오류 발생을 사전에 감지·대응하고, 오류 상황이 발생하면 개발과정에서 안전한 상태를 확보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프로세스 개선 노력이 끊임없이 필요하다. 최종적으로 SW 제품의 시험과 품질 평가만으로는 품질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SW 품질을 확산하는 방법이 SW 개발능력 평가 모델이다. 국제적으로는 CMMI 등의 심사모델이 있다. 국내에선 SP(Software Process) 인증제도가 있다. 국내 업체가 SP인증심사를 통해 SW 프로세스 품질인증등급을 받으면 그 개발능력을 정부가 인정해주는 것이다.
일부 중소기업 중심으로 SP 인증을 또 하나의 규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SW 프로세스를 개선할 여력이 없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국내 중소기업은 SW 경쟁력의 핵심이 SW 프로세스임을 인식하고 프로세스 품질인증 모델을 기반으로 SW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파악하고 프로세스를 계속해서 개선, 프로세스 품질능력을 제고하는 것만이 생존의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제품 출시에만 급급한 나머지 빨리빨리 개발하는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 초가집을 짓는 프로세스로는 빌딩을 세울 수 없다. 철저하게 요구사항을 확인하고 구조를 설계·검증해야 한다. 공정을 준수해 개발하고 검증하는 성숙된 프로세스 이행이 없이는 좋은 SW를 만들 수는 없다. 품질 검토와 검사의 부재로 인한 테스트 기간 장기화, 재작업 비용 증대, 유지보수 비용 증대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안유환 네오피엠 대표 ywahn@neop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