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대 국회 감정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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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지난 11일부터 임시국회를 열었다. 이에 앞서 사상 초유의 정부 예산안 지각 처리 사태 때문에 뒤로 밀린 주요 법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2주라는 짧은 소집 기간에 논의할 것은 많은데 조짐이 좋지 않다.

임시국회 기간에 새로 선출된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는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는 '한국당 패싱'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대여 투쟁을 예고했다. 최근 일련의 국회 처리 과정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공조를 두고 한 말이다. 실제로 한국당은 지난 정기국회 법인세 인상안 처리 과정에서 '패싱'됐다.

김 대표는 14일 “(여당이) 제1야당을 의도해서 배제·패싱하면서 국민의당과의 손쉬운 뒷거래로 국정을 끌고 간다면 문재인 정권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한국당에 불만을 표시했다. 시급한 민생·개혁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제1 야당인 한국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국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한국당 새 원내지도부가 출범했지만 국회 마비 사태는 여전하다”며 한국당에 책임을 물었다.

여당과 야당이 공전을 거듭하는 사이에 속이 터지는 것은 국민과 기업, 일을 해야 할 정부다. 이 가운데 가장 난처한 것은 정부다. 국회와 국민, 기업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경제 활성화와 국민 생활 개선을 위해 어렵게 마련한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니 난감할 따름이다.

공무원은 저마다 관련 있는 국회 상임위원실을 찾아가 설득 작업을 벌인다. 돌아오는 답은 허망하다.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냥 더 논의하자며 시간을 끄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 순간 '의원님이 잘못 알고 있다'고 직언하고 싶지만 참고 억누른다. 다시 똑같은 설명을 되풀이하고 협조를 기다린다.

정부 차관급 인사는 이를 두고 '감정노동'이라고 했다. 기업이나 매장의 서비스 담당 직원이 고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불편한 상황을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대 국회 업무도 일종의 감정노동이라는 것이다. 차관급 인사가 이 정도라면 과장·사무관급 공무원은 오죽할까 싶다. 업무를 위해 여의도를 찾지만 발걸음이 가볍진 않을 듯하다.

모든 의원이 사안마다 상대방에게 감정노동을 강요하진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현안에 관한 설명을 충분히 듣고, 당파를 떠나 나름의 합리 타당한 결정을 내리는 의원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원이 소수이기 때문에 감정노동 같은 말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국회의 힘이 커지면서 우려가 적지 않다. 그 힘을 제때 적절하게 쓰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그렇지 않으니 문제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12월 임시국회 일정은 길어야 일주일 정도 남았다. 단순히 임시국회만 끝나는 게 아니라 올 한 해 국회 일정이 마무리된다.

2017년 상반기 국회는 대통령 탄핵과 대선 국면으로 인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 하반기에는 새 정부 출범 후 여야 간 대립 속에서 또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며칠 남지 않은 국회라도 합리에 맞는 논의로 사안을 풀어 나가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 감정노동의 폐해를 해결해도 모자랄 국회가 감정노동을 유발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호준 산업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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