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스마트시티, 사람이 중심돼야

김동주 국토연구원장
김동주 국토연구원장

스마트시티는 근래의 4차 산업혁명 열풍에서 빠지지 않고 논의되는 이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스마트시티는 크게 새로운 것이 아니다. 현재의 스마트시티 정책은 2000년대 후반부터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시 공간에 구축하는 유비쿼터스 도시 정책을 이어받았다. 화성·동탄을 시작으로 신도시 건설에 스마트시티 개념을 적용하면서 스마트시티 인프라 구축·운영 노하우를 축적했다. 인천 송도나 세종시는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공무원이 스마트시티 첨단 현장을 견학하는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스마트시티 기술이나 인프라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최전선에 있다.

스마트시티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 성장 동력으로 인정받으면서 세계 각국은 국가 차원의 정책과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도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 차원에서 스마트시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산업계, 학계, 연구계, 시민단체와 6개 중앙 부처가 함께 정책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인도, 싱가포르 등도 스마트시티 정책을 범부처 사업으로 통합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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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스마트시티에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전략이 요구된다. 그동안 스마트시티는 첨단 ICT를 이용해 교통신호제, 버스운영정보시스템 같은 교통 부문과 센서기술을 이용한 방범·방재 등 분야별 기술 측면이 강조됐다.

앞으로는 리빙랩 형태의 테스트베드를 조성하고, 첨단 솔루션을 도입해 스마트 기술을 테스트 및 활용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우리의 강점인 ICT와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활용하면 한국형 스마트시티의 장점을 살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스마트시티 기술이 집적된 한국형 스마트시티 모델이 구현되는 소규모 단지 규모의 세계 수준 스마트시티 시범 도시를 조성하는 것도 유용한 전략이다.

첨단 기술이나 하드웨어(HW) 중심 스마트시티 정책은 수출이나 관련 산업 육성에서 유리하지만 부족한 점도 적지 않다. 스마트시티는 도시라는 공간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각종 도시 문제의 스마트 솔루션뿐만 아니라 도시 정체성, 효율 높은 거버넌스, 다양한 이동 수단, 걸을 수 있는 도시, 공공 공간 보존과 개발, 양질의 주거 환경과 포용성, 토지의 혼합 이용 등이 고려돼야 할 요소다. 이 같은 스마트시티 정책은 유럽이나 인도가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를 단순히 도시에다 ICT를 접목하는 물질 개념이 아니라 도시의 다원 측면을 감안하는 종합 도시 계획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도시의 강점인 친환경성과 우수한 대중교통 체계 등이 스마트시티 전략과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스마트시티 개념을 첨단 기술 이외에도 거버넌스, 공유경제, 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새 정부의 대표 도시 정책인 도시 재생 뉴딜에서도 스마트시티 개념을 적용하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스마트 도시 재생 전략을 통해 낙후된 기존 시가지에 시민 체감도가 높은 스마트 서비스 솔루션을 구현, 신개발지에 비해 열악한 도시 서비스를 개선함으로써 도시 내 격차를 해소하는 개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스마트시티 계획이 신도시 중심으로 추진된 점을 감안하면 낙후된 도시 지역 재생과 연계해서 스마트시티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도시 관리나 행정 차원을 넘어 시민의 삶을 위해서도 의미가 있다.

월드스마트시티위크에서 국내외 스마트시티 전문가와 정책 결정자들이 스마트시티의 미래에 대해 논의했다.
월드스마트시티위크에서 국내외 스마트시티 전문가와 정책 결정자들이 스마트시티의 미래에 대해 논의했다.

결론을 말하면 정부가 의욕 높게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정책은 기술, 산업, 경제, 환경, 교통과 사람을 포괄하는 복합 정책이어야 한다. 다양한 정부 부처가 협력하고 관점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시티는 첨단 ICT를 활용한 물질 인프라 구축과 시민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하는 정책이 결합되면서 추진돼야 한다. 기술·산업 측면에서 혁신 성장을 선도하는 동시에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스마트시티 정책을 통해 우리의 스마트시티가 새로운 글로벌 스마트시티 표준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김동주 국토연구원장 djukim@krihs.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