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신년기획]2028년 K과장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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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이 휩쓸고 지나간 그 시대는 현재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2018년 최신 기술과 미래학자들이 제시하는 기술을 버무려 K과장이라는 가상의 인물로 10년 후 가상의 하루를 그려봤다.

6시 전동침대가 알람과 함께 흔들어 깨운다. 매일 다른 음악과 진동 패턴이 바뀐다. 익숙해 진 내가 혹시 게으름을 피울까 침대가 머리를 굴린다. 어느정도 깬 것을 눈치챈 침대는 등받이를 일으켜 세운다.

인공지능(AI) 홈비서가 쟁반에 커피를 배달한다. 좋아하는 농도와 온도다. 하루 중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다. 창문으로 뉴스가 나오기 시작한다. 아침 톱 뉴스는 1년 반만의 교통정체다. 자율주행차 전용도로에 내연기관 차가 진입했기 때문이다. 정체는 해소됐지만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앵커는 말한다. 오늘은 자율차 대신 드론을 타고 가야겠다. 화장실에서 칫솔을 물었다. 심박과 당치수, 혈압 등이 거울에 떴다. 어제 술을 좀 마신 탓인지 혈압이 좀 올랐다. 걱정할 수치는 아니란다. 거울 한켠엔 아까 보던 뉴스가 계속 나온다. 내 동선을 따라 졸졸 따라온다.

아침식사가 끝나자 홈비서가 부른 드론이 도착했다. 자율주행차로 출근하며 어제 보던 영화를 마저 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드론이라 교통체증이 없다. GPS로 설정된 최단 경로로 막힘 없이 날았다.

도착 전에 저녁 데이트를 위해 자율주행차를 예약했다. 드론은 날 내려준 뒤 지역 드론센터로 스스로 귀환했다.

미국으로 출장간 L대리한테 전화가 왔다. 버튼을 누르자 L대리의 홀로그램 영상이 튀어나왔다. 행사는 잘 끝났다고 했다. 가상현실(VR)을 이용한 세계 각국 참가자들 반응이 좋았단다. 주최측은 내년부터 VR 관람 방식을 확대한다고 했다. 그래도 난 직접 가서 보는 게 좋다.

인도 바이어와 VR 회의를 했다. 스마트장갑을 끼고 재질을 골랐다. 샘플은 3D프린팅으로 보냈다. 이번 건만 성사되면 인도시장 30%를 장악할 수 있다. 인도 바이어는 카레식사 초대를 한다. 서로 말은 안 통하지만 상관없다. 픽셀버드4.0이 우리 소통을 이어준다. 신통방통 이어폰이다. 모든 언어를 실시간으로 통역한다. 동물 소리도 번역할 수 있다. 학생 때 고생하며 배운 외국어가 필요 없다. 모레 인도행 하이퍼루프를 예약했다. 4시간 걸린다. 오랜만에 정통 인도 카레 맛보겠다.

맛집을 예약해야 한다. 저녁에 피앙세와 데이트가 있다. VR를 다시 썼다. AI 홈비서와 연동해 세 곳을 추천받았다. 하나로 압축했다. 추천 메뉴 냄새를 맡았다. 고기는 역시 한우다. 요즘 배양육 품질이 정말 좋다.

예약한 자율차가 와 있었다. 피앙세 태우러 가는 틈에 어제 보던 영화를 이어 봤다. 영화는 자율주행차 천장화면으로 볼 때가 가장 좋다. 음식점에 도착했다. 예약한 스테이크가 나왔다. 서빙 로봇이 미소지으며 맛있게 먹으란다.

피앙세가 여름 휴가 얘기를 꺼냈다. 작년에 갔던 브라질 해변도 좋았지만 하이퍼루프가 무서워 타기 싫단다. 남들처럼 우주로 나가자 조른다. 벼르고 나온 것이다. 스마트반지를 누르니 우주여행 홀로그램 정보가 떴다. A여행사 상품이 평도 좋고 싸단다. 큰일이다. 난 중력 멀미를 한다. 이륙 순간이 정말 괴롭다. 정신 바짝 차리자. 결국 우주정거장을 경유하지 않는 상품으로 골랐다. 피앙세의 성화에 우주 유영과 문 워크 옵션도 포함시켰다. 난 달 뒷편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다음 기회로 미뤘다. 그래도 이번 여름은 몸만들기를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식사를 마치고 음식점 문 밖으로 나오자 결제 완료 창이 떴다. 요즘 생체인증페이는 강화된 블록체인을 이용해 안전하다는 광고가 자율주행차 창문에 뜬다. 이걸 봐야 10% 할인이라나. 피앙세 먼저 자율주행차로 보냈다. 아까 마신 와인에 취기가 올랐다. 도시 밤 공기는 신선하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전기차가 대세인 덕분이다. 피앙세가 잘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어느새 발걸음은 한강을 걷고 있었다. 가로등은 발걸음보다 세 걸음 빨리 점등을 계속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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